계획표 짜놓고 철저히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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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년도 각대학의 수석합격자가운데는 유독 여학생들이 많았다. 세칭 사립명문대로 불리는연세대·고려대를 위시, 서강대·포철공대·중앙대·한양대·홍익대·한국외국어대등 유수대학과 전남대·인하대·강원대·충남대·경상대·영남대등 지방대학도 여성파워가 휩쓸었다. 기나긴 입시의 터널을 지나 합격의 문턱에서 「수석」의 영광까지 거머쥔 김이선(18·연세대 의예과)·민정하(18·이화여대 의예과)·송정은(19·숙명여대·정외과)·윤조원(18·고려대 영문과)·이숙연(19·포철공대 산업공학과)양등을 한자리에 모아 그간의 어려움과 대학생활 설계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민=시험만 끝나면 너무 재미있고 모두가 내 세상같을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2∼3일 지나니까 할일이 없어 정말 못견디겠더군요. 그래서 요즘에는 체력단련삼아 테니스도 치고 독어·영어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윤=그동안의 한읕 푸느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도 보고『에일리언2』도 봤어요. 먹고 싶은 것도 참지 않고 마구 먹었더니 시험후에 벌써 2㎏나 늘었지 뭐예요.
▲김=아무리 고3이라도 잠은 하루에 6시간 이상은 꼭잤어요. 자율학습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았어요.고2 겨울방학때 독서실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데 주위가 어두워서 잠이 더 잘와(웃음) 아주 고3때는 학교에서 밤11시까지 공부하는것만 고수했지요.
▲이=제 경우엔 철저하게 계휙표를 짜고 반드시 실행하도록 한 것이 효과가 컸던것 같아요. 하루 한계량의 70∼80%만을 공부하도록 했기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작정 원효대교를 걷기도 하고 「낯선」영화관을 몰래 찾기도 했어요.
▲민=맞아요. 저도 지금껏 공부하기 싫은 적이 없었는데 고3 여름방학쯤 되니까 정말 지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부는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때문에 재미있었는데 입시위주로 배운것 또 배우니 시들할 수 밖에요.
▲윤=대학에 가면 자신이 하고싶은 과목만 골라 할수있으니 정말 「학문다운 학문」을 할수 있으리란 생각에 가슴이 설레요. 더구나 고대는 아버지(철학과 윤사순교수)가 계셔 어릴때부터 고대학풍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진짜 「우리학교」란 느낌이 벌써부터 들어요.
▲송=학교를 정할때 많이 망설였어요. 요즘 여학생들은 여대는 여고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거든요.
저도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접해보고 싶은 충동도 없진 않았지만 「10년후의 장래」를 생각한 끝에 숙대로 결정했어요.
▲민=제가 이대를 택한것도 바로 그래섭니다. 특히 의대를 지망한 것도 사회에 나가서 비교적 대접받고 남녀차별도 덜한 직종으로 여긴때문이지요.
▲이=제 경우 포철공대를 택한 것은 전망도 밝고 새롭고 신선한 학교라는 점이 호감이 갔기 때문입니다. 산업공학과를 지원하면서 과수석정도 바라봤는데 뜻밖에 전체수석이 돼서 어리둥절해요. B학점 이상만 유지하면 모든 수석들과 마찬가지로 4년간 등록금 면제에 기숙사비 면제, 게다가 10만원의 장학금도 있어 횡재(?)한 기분입니다.
▲김=「수석」통고를 받으니 부족하나마 부모님께 보답한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어요. 그러나 졸업할때까지 「수석」에 대한 중압감을 떨치기 어렵겠구나하는 생각도 곧 들더군요. 그림그리기 취미를 살려 서클활동도 할 작정입니다. <정리=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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