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국은 아직 젊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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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기에는 한국은 아직 젊습니다.” 프랑스 공과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총장 자크 비오(64·사진)는 한국에서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프랑스 혁명이 끝난 직후인 1794년 기술관료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이공계 중심 학교로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코스인 그랑제꼴의 하나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비오 총장
“노벨상, 오랜 연구 성과 축적 필요
이공계 학생도 인문학 공부해야”

비오 총장은 “한국 교육시스템은 프랑스와 비교해 절대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 객관적인 지표는 한국 교육시스템이 더 우수하다. 특히 이공 계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은 수십년간 꾸준히 연구 성과를 축적한 이들인데, 한국은 최근에야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해 우수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도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축적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 총리실에서 10년간 산업·기술 자문역을 맡았다. 그는 미래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오 총장은 “미래에는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이 잇따르고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진보가 이뤄지는 동시에 기존 산업이 몰락하고 신산업이 등장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대학은 폭넓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광범위한 변화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이공계 분야 최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전교생 2879명 모두에게 인문학·사회과학 관련 강의를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요구한다. 비오 총장은 “이과 계열일지라도 인문학을 필수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며 “(인문학은)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도전적인 자세를 심어준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HM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방사선을 발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앙리 베크렐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그는 지난 3일 경희대와의 복수학위 교류 연장을 위해 방한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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