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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우이령길 활짝 열자” vs “어렵게 살아난 자연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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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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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우이령길 전망대에서 탐방객들이 다섯 개의 바위 봉우리가 나란히 있는 오봉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지난 2일 오후 3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우이령길. 등산복장을 입은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완만한 흙길을 걷고 있었다. 탐방객들은 계곡 주변 단풍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섯 개의 바위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 오봉의 절경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행렬이 이어졌다.

양주~우이동 잇는 6.8㎞ 흙길
1968년 김신조 침투때 사용돼 폐쇄
7년 전 재개방 후 하루 1000명 제한
양주 “경제 살리고 생활 불편 해소”
내일 완전 개방 촉구 걷기대회 개최

친구들과 우이령길을 찾은 남기남(75·서울 사당동)씨는 “완만한 흙길이어서 노인과 장애인이 걷기에 특히 좋다”며 “다만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건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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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길(6.8㎞ 구간)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북한산과 도봉산을 가르는 흙으로 된 길이다. 양주 구간 3.7㎞, 서울 구간 3.1㎞이다. 현재 하루 탐방객은 교현탐방센터 500명, 우이탐방센터 500명 등 1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탐방 예약제 적용 구간은 4.5㎞ 구간이다. 옛 산길이었던 우이령길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작전도로로 개설해 이용했던 곳이다. 1968년 ‘1·21 사태’ 때 ‘김신조 침투로’로 사용된 뒤 41년간 폐쇄됐다 2009년 7월부터 제한적으로 개방된 북한산 둘레길의 한 구간이다.

현재 제한적으로 이용되는 우이령길을 전면 개방하자는 주장과 북한산국립공원 내 환경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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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짙어져 가고 낙엽이 쌓인 숲속 흙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양주시는 오는 5일 오전 10시30분 우이령길에서 자율 개방을 촉구하기 위한 ‘우이령길 범시민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양주시 장흥면 감동365추진협의체 오명수(62) 위원장은 “현재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인원 제한과 예약제를 실시하는 곳은 우이령길 밖에 없다”며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와 주민 생활 불편해소를 위해 전면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양주시장은 “서울 강북과 경기 양주 지역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옛길이면서 힐링 명소인 우이령길을 지역 주민과 탐방객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전면 개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전면 개방에 반대 입장이다.

의정부양주동두천환경운동연합 이석우(58) 공동대표는 “자율 탐방이 실시되면 서울 도심과 인접한 곳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원시림에 가까운 자연생태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탐방객들이 인원 제한 없이 몰려들면 샛길 등산·나물 채취 등으로 북한산국립공원 내 청정지역이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게 뻔하다”며 전면 개방에 반대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단 측은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97곳 탐방로(총 217㎞) 가운데 가장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곳”이라며 “완전 개방을 할 경우 환경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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