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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도 ‘시국선언’ 가세…최순실 풍자·페러디물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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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생들이 1일 경희대 정문에서 최순실 구속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위한 시국선언대회를 열고 청량리역 광장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영정’ 상여를 메고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와 노동계·종교계는 물론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노년층과 중·고교생까지 가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중동고 일부 학생들은 2일 “박 대통령은 4·19 혁명, 서울의 봄,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민주법치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했다”며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언문을 냈다.

전북 김제의 중학생 10여 명은 1일 저녁 김제시 검산동 김제수협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중학생이 주도한 전국 첫 집회였다. 학생들은 이날 “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실한 사과와 처벌을 바란다”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종교·사회·정치 원로 등 각계 기성세대는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2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지도력과 도덕성은 상실되고 국정운영의 신뢰와 정당성은 붕괴되고 말았다”며 “지금 이 현실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중단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시국선언에는 박관용·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등이 참여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민주주의국민행동·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1553곳은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하고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특별 결의문을 통해 “괴기스런 상황을 만든 대통령의 퇴진이야말로 혼란을 수습하는 첩경임이 분명하다”며 “여전히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이들의 몰락이야 말로 정치를 바로세우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은 전국 단위의 총학생회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우선 3일 개별 대학 별로 학내 집회를 열고, 5일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국대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12일 민중총궐기에도 적극 동참키로 했다.

단위대학 차원의 연쇄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도 시국선언 행렬에 나서 시국을 개탄했다.

전국사범대학단과 전국 예비교사들, 전국 교육대학생연합 등 교육·사범대학 34개 단체는 공동으로 연쇄 시국선언을 통해 “어떤 목소리든 간에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데 입을 틀어막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는 누구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환경회의, 보건의료인 2507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공운수노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도 잇따라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현 시국에 대한 풍자와 페러디도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의 ‘공주전’이라는 소설, 고려대의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 성균관대의 ‘시일야방성대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구글앱스토어에는 ‘순실이 닭 키우기’, ‘최순실의 말 키우기’와 같은 풍자 모바일게임이 잇따라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씨가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벗겨진 명품 신발을 풍자한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와 같은 용어와 합성 사진 등도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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