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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빕 구르망' 맛집 되고 "문의전화 2~3배 늘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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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태리재’는 지난 1일 오후부터 계속 ‘통화 중’이다. 이날 오전 세계적인 미식 평가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 리스트에 오르면서다. ‘빕 구르망’은 미쉐린 공식 평점인 별 1~3개를 받진 않았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맛집’이라는 의미다. 한옥에서 즐기는 어란파스타로 유명한 이태리재는 서울 ‘빕 구르망’ 36곳 가운데 유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발표(7일)를 앞두고 먼저 공개된 ‘빕 구르망’에 서울 시내 음식점들이 술렁이고 있다. ‘본 게임’격인 미쉐린 스타(별)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미쉐린 가이드에 포함된다는 것 자체로도 미디어 홍보 효과를 누리면서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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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의 한식집 ‘오통영’ 측은 2일 “평소보다 문의전화가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굴 등 각종 해산물을 통영에서 직송해서 제철요리로 선보이는 오통영은 청담점이 이촌동 본점에 이은 2호점이다. 김인수 매니저는 “청담점엔 단골들이 주로 오는데 오늘은 일반 손님들이 전화해서 ‘대표메뉴가 뭐냐’ ‘가격대가 어떻게 되느냐’ 등을 세세히 물어봐서 응대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맨 처음 미쉐린 심사원들이 찾아와서 식사할 땐 전혀 몰랐다.  두 번째 와서야 ‘지난번에 먹었다’며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그제야 알았다”고 했다.

‘미쉐린 가이드 등재’ 사실 자체가 식당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77년 역사의 한식당 ‘한일관’은 ‘빕 구르망’ 선정 사실을 알리는 홍보용 입간판 제작에 들어갔다. 김은숙 대표는 “오늘 식사하러 오신 단골들이 ‘신문에서 봤다’며 축하인사를 해줘서 직원들 어깨가 으쓱해졌다”면서 “더 노력해서 내년엔 별을 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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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알려질대로 알려진 노포(老鋪)들은 큰 영향이 없는 분위기다. 50년 전통의 도가니탕 전문 ‘대성집’은 “점심에 손님 꽉 차는 거야 매일 똑같다. 오늘은 오후 2시 넘어서도 손님이 계속 있는 게 좀 다른 것 같다”고 반응했다. 1965년 문 연 낙원상가 뒷골목 ‘찬양집’도 “장사 하는 거 매일 바쁘지, 뭐 새로울 게 있냐”고 했다.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에 5500원 하는 찬양집은 앞서 ‘수요미식회’ ‘테이스티로드’ ‘백종원의 3대 천왕’ 등 웬만한 맛집 프로그램은 다 한번씩 다룬 이름난 노포다.

업계에선 ‘빕 구르망’은 찻잔 속 미풍에 불과하고 7일 공개될 본편이 진짜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본다. 당장 손님 쏠림 현상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 선정된 레스토랑이 별 개수에 합당하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거란 예측이다. 박정배 음식평론가는 “미쉐린 가이드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동안 TV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일부 셰프에게 쏠렸던 이목을 바로 잡고 다양한 미식 기준을 토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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