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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식물의 브레인'…서울대, 땅속 뿌리의 새로운 기능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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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 의해 흡수된 햇빛은 줄기와 뿌리의 관다발을 통해 땅속 뿌리까지 전달된다. 뿌리에 존재하는 피토크롬 B 광수용체는 뿌리로 전달된 빛을 인식하여 HY5 전사인자를 활성화 한다. 활성화된 HY5 전사인자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해 뿌리 성장과 발달 등을 조절해 식물 생장을 최적화 한다. [서울대]

식물의 뿌리가 빛의 흡수까지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화학부 박충모 교수 연구팀은 잎에서 흡수된 빛이 관다발을 통해 땅속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시그널링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동안 식물 뿌리에 생존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식물 뿌리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광섬유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관다발이 잎에서 흡수한 빛을 뿌리까지 전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렇게 잎에서 받아들인 빛이 뿌리로 전달되면 HY5 전사인자를 활성화한다. HY5 전사인자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해 잎과 줄기 발달, 뿌리 성장 등을 유도한다.

뿌리가 식물에서 일종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식물 뿌리가 다양한 외부 환경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한다는 점에서 매우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식물도 두뇌 활동을 하고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 루트 브레인(root brain) 가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물 품종 개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뿌리 광수용체 및 신호 전달 단백질 기능 조작을 통해 뿌리의 빛 인지 능력을 변화시켜 특정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신품종 개발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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