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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자 트로트에 차차차, 어르신들 행복한 춤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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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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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스텝을 밟고 있는 실버 계층. [대전=박소영 기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허리는 꼿꼿했다. 5㎝ 높이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도 성큼성큼 스텝을 밟았다. 음악 대신 스스로 “원, 투, 차차차”라고 외치며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80대 노인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지난달 30일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어르신과 함께 하는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에 참가한 70~80대 실버세대를 만나 댄스스포츠의 매력이 뭔지 들어봤다. 경북 영천시 노인복지회관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웠다는 장칠백(81)씨는 “5년 전 위암 수술로 위를 전부 절제했다. 아픈 뒤로 삶에 의욕이 없었는데 올해 초부터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체육회, 복지시설 50곳 무료강습
10월까지 노년층 1300여명 수강
아내 권유로 시작한 74세 남편
“하체 힘 생기며 허리 꼿꼿해져”

댄스스포츠는 한 쌍의 남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예전에는 사교적 목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신체 단련을 위한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대학 교양과목은 물론 문화센터나 사회교육원 등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 엘리트 댄스스포츠 선수는 약 800명 정도지만 생활체육 댄스스포츠 인구는 6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유인성 대한댄스스포츠연맹 과장은 “댄스스포츠는 유산소 운동이지만 격렬하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예전엔 여성들만의 스포츠였지만 최근에는 남성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댄스스포츠는 스탠더스 댄스(왈츠·탱고 등)와 라틴 아메리칸 댄스(룸바·차차차·자이브 등)로 나뉜다. 노년층이 주로 배우는 댄스는 차차차와 자이브다. 경북 포항시 노인복지회관의 김효경 강사는 “ 어르신들은 360도 회전이나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등의 고난이도 동작을 소화하긴 어렵다. 차차차와 자이브는 스텝과 동작이 크게 어렵지 않다. 4분의4박자 음악을 쓰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고 전했다.

노령 인구는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4년부터 어르신 댄스스포츠 강습회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약 1억원을 투입해 전국 곳곳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에 댄스스포츠 50개 강습회를 무료로 개설했다. 전국에 걸쳐 28회차 수업(3월~10월)에 1300여명이 참여했다. 또 지난달 말 대전대에서 400여명이 참가하는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어르신들이 실력을 뽐내는 장을 만들었다. 원래 남녀 커플로 출전해야 하지만 만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대회인만큼 ‘힐링100세 포메이션’ 부문을 추가해 단체(최소 8명 이상) 출전을 허용했다.

포항에서 온 이방자(78)씨는 “가정주부로 살림만 했던 터라 취미 활동에 큰 돈을 쓰기가 어려웠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회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신청했다. 전국대회 출전 의상 구입비도 시에서 지원을 해줘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댄스스포츠 의상비는 10만~20만원 정도다. 댄스스포츠 전용 구두는 7만원 선이다.

노인들의 댄스스포츠는 화려함보다는 건강한 체력 가꾸기에 중점을 둔다. 영천에서 온 김영미 강사는 “어르신들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수업 전에 30분 동안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한다”고 말했다.

아내 성명화(68)씨의 권유로 댄스스포츠에 입문했다는 황건삼(74)씨는 “10년 전 디스크 수술을 받고 허리를 못 펴 운동을 멀리했다. 그러나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하체에 힘이 생겼다. 이제 허리 를 곧게 펴고 젊은이들처럼 당당하게 걷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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