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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신약 ‘인보사’ 5000억 받고 일본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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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인보사’가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투자 17년 만에 본격 상품화 눈앞
미쓰비시다나베와 기술 수출 계약
이르면 내년 국내시장에 출시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인보사를 총 457억엔(약 4989억원)에 기술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계약금 25억엔(약 273억원)과 인보사의 일본 내 임상시험·허가·상업화가 진행될 때마다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432억엔(약 4716억원)을 코오롱생명과학에 지급하기로 했다.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은 글로벌 제약사 중 매출 상위 50위 이내에 드는 제약사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엄격한 품질관리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향후 다른 국가에 대한 기술 수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국내 모든 임상 절차를 마치고,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오롱이 품목 허가를 신청한 퇴행성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이르면 내년 국내에 출시된다.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바꿔주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약으로 쓰는 치료제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러시아 등에서 첫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됐으나,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최근에야 시장이 열렸다. 2012년 유럽에서 유전자 치료제 ‘글리베라’가 유럽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보사가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유전자가 개량된 세포로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신약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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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인보사는 국내 임상 과정에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주사제 형태로 한 번 투약한 뒤 1년 이상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회복 효과가 지속됐다고 한다. 노화로 인한 연골 손상이 주원인인 퇴행성 관절염은 국내 환자 500만명을 비롯해 미국(3300만명)·일본(2700만명)·중국(1억명) 등 전세계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약(디모드:DMOAD·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은 아직 없다.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소염 진통제와 물리치료로 통증을 견디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고 있다. 제대혈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카티스템(메디포스트 개발)의 경우, 손상된 연골 부위에 이를 주입해 연골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지만 무릎을 절개해야 하는 '수술'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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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사진)는 코오롱그룹이 세계 최초의 디모드를 목표로 17년간 1100억원 이상 투자해 개발했다. 코오롱그룹은 1999년 한국과 미국에 바이오기업을 각각 설립하고 한국에선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선 티슈진(TGI)이 연구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임상2상이 마무리된데 이어 내년부터 임상3상이 시작된다.

이건영 코오롱생명과학 기획팀 부장은 “류마티즘 치료제들이 전세계 수십조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만들었듯이 인보사가 전세계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글로벌 상업화를 위해 해외 제약사들과 협력 방안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이를 치료하는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리툭산 등 유명 항체 바이오 의약품들이 전체 의약품 중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 이내에 들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보사의 일본 기술수출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항암제(올무티닙)가 지난 9월 실패(개발 중단)로 끝난 이후 첫 기술수출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 수출 이후 고무돼 있던 국내 바이오업계는 지난 9월 올무티닙 사건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인보사의 경우에도 전체 계약 규모는 5000억에 육박하는 액수지만, 이중 4700억원은 일본 내에서 임상과 허가가 모두 완료돼야 받는 마일스톤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유전자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기술 수출이 흔하지 않은 초기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라며 “인보사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유전자 치료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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