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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죽을 죄를 졌다”면 성실하게 수사 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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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에 소환되면서 “죽을 죄를 졌다”고 말했던 최순실씨가 정작 조사 과정에선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최씨 변호인은 “그가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한 것과 법리적 책임은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국민인 최씨에게도 엄연히 법률적 방어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상 맞는 말이다. 법치국가에서 수사와 기소는 분명한 증거와 법률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나라를 결딴냈던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방어권 보장만 내세워선 곤란하다. 자신으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하야 요구가 잇따르고 국가 경제가 파탄 난 것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최씨는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에 대해서도 변명과 회피, 부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낯이 두꺼우면 이럴 수 있을까”라는 장탄식이 수사 관계자들 입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그는 소환 첫날부터 밤샘조사를 거부하고 심장병과 공황장애 등을 칭병(稱病)하며 교묘하게 수사를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아직도 박 대통령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일까. 최씨는 개인적 이익에만 함몰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검찰도 거짓과 술수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최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신성한 국민의 주권이 비선 세력에 넘어간 데 대해 분노의 시국성명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로 모금에 나섰다”고 진술한 것도 주목된다. 안 전 수석을 2일 불러 조사하기로 한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