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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지 말라" 얘기한 공신 강성태, "나가서 놀라는 뜻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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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으로 유명한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지난달 29일 온라인 방송에서 '대통령은 피해자인가'를 주제로 중고생과 온라인 대화를 나누다 “이 나라는 답이 없다. 공부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근혜의 비선 실세로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발언 배경에 대해 “내가 아는 이화여대 1학년 학생은 고교 시절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하루에 2시간만 자면서 공부해 대학에 합격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런 학생들은 학비가 부족해 대학을 다니기 힘든 상황인데, 사기를 친 사람은 학칙까지 개정해 버젓이 대학 생활을 누리는 상황을 보며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에게 더 이상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부법 전도사로 활동 중인 강성태의 “공부하지 말라”는 발언은 즉각 화제가 됐다. 그도 “주변에서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냐’ ‘이제 사업을 접는 거냐’는 문의와 안부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왔다”고 웃으며 “진의는 ‘공부하지 말고 나가 놀아라’가 아니라 ‘정말 치열하게 제대로 공부해야 세상에 나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공신’ 강성태의 또다른 별명은 팩격기(팩트 폭격기), 팩력배(팩트 폭력배)다. 평소 ‘공부가 힘들다’ ‘공부하기 싫다’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사실(fact·팩트)을 예로 들어 정곡을 찌르며 학습 동기부여를 해와 이같이 불린다. “책상 앞에 앉으면 자꾸 졸린다”는 학생에게 “네가 공부하느라 쓰는 돈은 네 부모님의 노후 생계비다. 지금 책상 앞에서 조는 사이에 늙은 부모님의 병원 진찰비가 사라진다. 그래도 조는 게 떳떳한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중고생들은 그가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에 접속해 “오늘 하루 종일 집중이 안된다. 정신 번쩍 들게 ‘팩트 폭행’해달라”고 조르는 일이 많다.

“공부하지 마라”는 얘기가 나온 29일 역시, 중고생들은 채팅창에 “공부가 잘 안돼 미치겠다”며 강성태에게 ‘팩트 폭행’을 부탁했다. 그는 “학생들은 최순실 사건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비선 실세’ ‘시국 선언’ 등등의 말뜻도 잘 모른다. 신문에 자주 나오는 용어의 뜻을 묻는 질문이 많아 답을 해주다보니, 평소 내가 아이들에게 설명해준 교과서 내용과 사회의 실상이 너무 달라 참담해졌다”고 얘기했다.

강성태는 “최순실-정유라 사건이 청소년들에게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고도 전했다. “수험생들은 지금이 수시 논술과 면접이 치르러 다니는 시기”라며 “이때 정유라가 이화여대 면접에서 1등을 했다는 둥, 고교에 출석을 거의 하지 않고도 대학에 합격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허탈감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평소처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답변을 날리는 대신, “오늘은 공부하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겠다.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라”는 말로 그날 방송을 마무리했다.

강성태는 “진짜 공부를 그만두라는 의미가 아니다.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더욱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부의 신’의 수준에 도달한 최상위권 학생의 특징을 “자신이 실수한 부분을 끊임없이 반복해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라 꼽으며 “짜증난다며 시험지를 찢어버린 학생은 반드시 다음 시험에서 같은 문제를 또 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이 ‘정치를 외면했을 때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를 당하게 된다‘고 얘기했죠. 이번 사건으로 이 말의 의미를 혹독히 깨닫게 된 거죠. 중고생들이 더욱 사회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분명히 다잡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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