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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과 20년 교류한 전기영 목사 "최태민-최순실 부녀 무당이 박 대통령 망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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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태민씨와 20여 년간 교류했던 전기영 목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와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서산=신진호 기자

“최태민·최순실은 주술가이자 무당이다. 부녀가 대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망쳤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은 최씨 부녀에게 딱 맞는 얘기다.”

고 최태민(1994년 사망)씨와 20여 년간 교류한 충남 서산 충성교회 전기영(76·사진) 목사가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순실이 (오늘) 검찰에 출두했으니 최씨 부녀의 권력도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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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목사는 1970년대 말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 부총회장으로서 당시 총회장이던 최태민씨를 만났다고 했다. 그가 최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1993년 10월이라고 한다. 전 목사는 “서울 '만남의 교회' 지하에서 최씨를 만났는데 전국에 있는 근화봉사단원을 이끌고 박근혜를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며 “당시 은행에 있던 13억원과 이자 9000만원을 사용하라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태민을 만났을 때 귀신이 들린 게 보이길래 ‘네 정체가 무엇이냐’라고 야단쳤더니 지하에서 1층으로 도망갔다”며 “그 일이 있은 후에 최씨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목사에 따르면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 여사가 사망한 뒤 청와대로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가 최씨의 자신의 꿈에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전 목사는 “편지가 전달된 뒤 최씨는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갔다”며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당시 박근혜에게 육 여사의 표정과 음성을 (최태민씨가) 재연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박 대통령이 기절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전 목사와의 일문일답.

최순실씨의 국정논단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아버지와 딸이 대한민국을 망쳐놓았다. 최태민과 최순실·정윤회(최순실씨의 전 남편)가 박근혜 대통령을 흔들고 조종하는 바람에 나라가 이 꼴이 됐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한다. 대를 이어 무당을 하면 그게 선무당이다. 최태민과 최순실 모두 주술가이자 무당이다.”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 처음 만났나.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 육 여사가 자신의 입을 빌어 ‘나와 근혜만이 비밀이 있다. 최태민을 따라야 한다. 내 딸 근혜를 도우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편지를 받아본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꿈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내가 육 여사로 빙의(憑依, 영혼이 옮겨 붙음)해 말하자 기절했다. 박근혜가 기절했다가 입신(入神·신들림)했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박 대통령이 최씨를 신령스러운 존재로 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씨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두 사람간의 관계는 어땠나.
“그것과 관련해 최태민씨에게 내가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아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고 들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국기정보원의 전신)부장이 그런 소문을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이런 내용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를 적극 변호했다고 한다. 정신적 지주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弑害, 주군을 죽임)한 이유 중 하나가 최태민을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관계는.
“최씨와 활동할 당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불거졌다. 연인이라는 말, 두 사람이 만나면 하루 종일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씨는 ‘우리는 영적인 세계의 부부다.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는 말을 했다. 최씨가 나이도 많고 (두 사람 사이에)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말로 들렸다.”
최태민씨가 목사행세를 했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가
“최씨는 1975년 우리 교단(예장종합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하지만 신학교육은 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불과 10만원만 주면 목사안수를 받는 게 어렵지 않았다. 최씨도 그런 경우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체제에 맞서는 진보 기독교세력에 대항할 기독교 세력을 만들라고 지시해 최씨의 구국선교단이 탄생했다.”
최태민씨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눴나.
“(1993년 10월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당시 ‘이제 박근혜가 시작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나온다.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나를 전국에서 박근혜를 도울 유일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근화봉사단을 이끌어달라며 부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판단해 거절하고 야단쳤다.”
박지만씨가 누나(박근혜)와 최순실씨 관계를 알았을 텐데.
“세월호 사건 때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두고 이런저런 추측이 많다. 정윤회씨가 그때 물러난 것이다. 박지만씨는 누나가 최태민 일가족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고 판단해 청와대에 비선을 가졌던 것이다. 그게 조응천 아닌가”
최순실을 본 적이 있나
“가까이서 만난 적은 없다. 최태민이 운영하던 교회(만남의 교회) 인근에서 몬테소리 유치원을 운영하던 최순실을 먼 발치에서 몇 번 봤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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