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선미의 취향저격 상하이] ⑬ 원조 샤오롱바오를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샤오롱바오의 원조인 ‘난샹만터우(南翔饅頭店)’는 상하이의 유명 관광지 예원 입구에 자리한다.

샤오롱바오(小籠包)는 정말 사랑스러운 음식이다. 대나무 찜통에 오밀조밀 담겨 나오는 자태,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 얇은 피 안에 든 육즙의 출렁임. 그야말로 먹음직스럽다.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샤오롱바오는 알아도 샤오롱바오의 원조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에 진출한 중식당 딘타이펑(鼎泰豊)과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팔어서인지, 샤오롱바오를 타이완이나 홍콩 딤섬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샤오롱바오의 원조는 상하이다. 역사적 유래도 아주 분명하다.

쟈쟈탕바오는 샤오롱바오 전문가로부터 A등급을 받은 곳이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1870년까지만 해도 샤오롱바오하면 그저 대나무 찜통(小籠)에 찐 보통 만두(包子)였다. 크기도 크고, 만두피는 찐빵처럼 두꺼웠다. 혁명은 1871년 상하이의 작은 마을 난샹(南翔鎭)에서 시작됐다. 당시 마을에 르화쉬안(日華軒)이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식당 주인 황밍셴(黃明賢)이 특별한 샤오롱바오를 개발해낸 것이다. 새로운 샤오롱바오는 발효되지 않은 밀가루를 사용해 피를 얇게 만들고, 그 안에 돼지 뒷다리 살코기를 다져 만든 소와 젤리처럼 굳힌 닭뼈 육수를 듬뿍 넣은 것이었다. 크기는 한입 거리로 작아졌다. 유일하게 대나무 찜통에 찌는 방식만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새로운 샤오롱바오에 즉시 열광했다. 뜨거운 육즙을 입안에 잠시 머금었다 마시면 감칠맛이 살아나고, 얇은 피와 신선한 고기소는 부드럽게 씹혔다. 이 새로운 만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지금 먹는 샤오롱바오는 이렇게 130년 전 상하이에서 탄생했다.

난샹만터우 입구. 3층에서 원조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원조 식당을 찾기 위해 상하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난샹마을까지 갈 필요는 없다. 원조의 명맥을 잇는 ‘난샹만터우(南翔饅頭店)’가 유명 관광지 예원(豫園) 입구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샤오롱바오 혁명이 일어나고 30년 뒤인 1900년, 황밍셴의 후계자 우상성(吳翔升)은 당시 상하이의 최고 번화가였던 이곳에 식당을 열었다. 개항 이후 조계지가 설립된 상하이에는 중국 상인 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았는데, 난샹만터우의 샤오롱바오는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그렇게 샤오롱바오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퍼졌고, 상하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우스갯소리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이소룡 붐이 일었던 1970년대에는 차이나타운의 식당에서 ‘브루스 리 하나 주세요’라며 샤오롱바오를 주문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이소룡의 중국어 발음도 샤오롱(小龍)이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난샹만터우 내부. 전통적인 분위기다.

사실 난샹만터우에 대해서는 여행자마다 평이 갈린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실제로 먹어보니 명불허전이었다. 여행자 대부분은 1층과 2층에서 파는 게살 샤오롱바오(蟹粉小籠)를 먹는데, 사실 난샹만터우의 진짜 맛은 돼지고기 샤오롱바오(鮮肉小籠)에 있다. 3층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돼지고기 샤오롱바오야말로 130년 전의 원조 샤오롱바오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먹어본 돼지고기 샤오롱바오는 딘타이펑에서 먹어본 것 이상이었다. 안에 든 국물은 살짝 신맛이 감돌아서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꽉 찬 돼지고기 소가 무척 신선하고 쫄깃했다.

난샹만터우의 돼지고기 샤오롱바오. 명불허전의 맛이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샤오롱바오는 먹는 방법도 재미있다. 우선 젓가락으로 샤오롱바오를 들어올려 조심스레 숟가락 위로 옮겨야 한다. 그 다음 젓가락으로 피에 구멍을 내고, 재빠르게 입을 갖다대 흘러나오는 국물을 마신다. 마지막으로 샤오롱바오 위에 생강채를 올린 후, 간장 식초에 찍어 한입에 먹으면 된다. 저녁이라면 황주(黃酒)를 곁들여 마셔도 좋다. 이름처럼 황갈색을 띄는 술인데 중국식 막걸리라 생각하면 된다. 도수도 13%로 적당한 편이다.

기사 이미지

게살 관탕바오. 일명 빨대만두.

난샹만터우 3층에서는 1인 80위안 이상 주문해야 한다. 추가로 ‘게살 관탕바오(蟹粉灌湯包)’도 시켜봤다. 일명 빨대 만두로, 주먹 만한 큼직한 만두에 빨대를 꽂아 안에 든 탕을 마시는 것이다. 관탕바오는 샤오롱바오와 달리 만두피가 두껍고 안에는 덩어리 소 대신 담백한 맛의 꽃게탕이 들어있다. 빨대로 탕을 마신 뒤, 젓가락으로 피를 열어서 게살과 게알을 건져 먹으면 된다. 맛은 그런대로 훌륭하지만 하나에 우리 돈 7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난샹만터우 샤오롱바오는 새우, 오리간 등 소에 따라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특히 지금처럼 게가 제철인 가을, 겨울에는 게살 샤오롱바오(蟹肉小籠), 게알 샤오롱바오(蟹黃小籠)가 별미다.

쟈쟈탕바오의 대표 메뉴인 돼지고기 게살 샤오롱바오.

기사 이미지

쟈쟈탕바오(佳佳湯包), 러신황챠오(樂新皇朝)도 추천할 만한 샤오롱바오 맛집이다. 쟈쟈탕바오의 대표 메뉴는 돼지고기와 게살이 9:1 비율로 들어있는 게살  돼지고기 샤오롱바오(蟹粉鮮肉湯包)인데, 한 찜통에 12개로 양도 넉넉하다. 러신황챠오는 8가지 색깔의 원색적인 샤오롱바오가 특징이다. 돼지고기 맛, 수세미 맛, 거위간 맛, 송로버섯 맛, 치즈 맛 등 구성이 다양하다.

러신황챠오 샤오롱바오는 색깔도 8가지, 맛도 8가지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상하이에서는 사실 어디서든 샤오롱바오를 맛볼 수 있다. 탕바오(湯包)라고 쓰인 곳도 모두 샤오롱바오 전문점이다. 심지어는 찻집에서도 딤섬으로 샤오롱바오를 판다. 만약 샤오롱바오 미식 기행을 하고 싶다면 상하이 미식평론가 크리스토퍼 생 카비쉬(Christopher St. Cavish)가 쓴 ‘상하이 샤오롱바오 인덱스(The Shanghai Soup Dumpling Index)’를 참고해보자. 카비쉬는 16개월 동안 샤오롱바오 전문점 52곳에서 7.2㎏의 샤오롱바오를 먹어보고 A·B·C 3등급으로 점수를 매겼다. 카비쉬가 A등급을 준 몇 안되는 식당 중 하나가 쟈쟈탕바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