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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핵 포기조건 10년간 33조원 지원 검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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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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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찬영 총장이 20일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지원 등을 통한 비핵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키맵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키맵(KIMEP) 대학(총장 방찬영)에서 ‘한반도의 핵군축: 정착지에 대한 전망’이란 주제로 국제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카자흐스탄서 ‘한반도 핵군축’ 세미나

방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서는 한·미·중·일·러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체제 보장과 함께 개혁·개방을 전제로 한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특히 한국은 핵과 화학무기 포기 조건으로 10년간 300억 달러(약 33조원)를 지원하는 경제발전기금의 조성을 검토할 만 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핵보유는 김정일·김정은 통치체제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자, 미국의 선제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며“비핵화는 전쟁 억지력 상실인 동시에 통치권력의 유일한 업적과 정당성을 포기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지원을 해야하는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300억 달러 중 200억 달러는 한국 기업들에 의해 건설될 기간시설의 건설 비용으로 채우면 된다. 이는 한국의 국방예산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북한에 가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전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고 소개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방 총장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경제특보와 경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 박순성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 제안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부적 약속의 충실한 이행과 진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경제적 성공이 이 제안의 중요한 변수인 만큼 관련국들이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존 에버라드 전 주북한 영국대사는 “소련이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북한은 핵무기를 국가의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체제 내에서 군사적·비군사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유일한 요소인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라 고 지적했다.

알마티=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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