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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CF감독 소재 파악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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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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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21일 열렸다. 국감장 스크린에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만든 최순실씨 관련 인물 관계도가 나타나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을 알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나는 꼭두각시” 한 달 만에 그만둔
정동구 K스포츠 초대 이사장 상대로
최순실이 재단 얼마나 개입했나 물어
재단 돈 최씨 회사로 갔는지 추적도
최씨 단골 마사지센터 대표였던
정동춘 2대 이사장도 곧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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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감독

특히 정동구(74·한국체대 명예교수) 초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불러 한 달여 만에 사직하게 된 배경과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와의 관계, 최씨가 재단 운영 과정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핵심 관계자인 ‘더블루K’ 고영태(40) 이사와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등 5~6명을 출국금지했다. 1차 신병 확보 조치다. 검찰은 독일과 중국에 각각 머물고 있다는 최씨와 차은택(47) CF 감독의 소재를 법무부 등을 통해 확인 중이다. 차 감독은 미르재단의 실질적 운영자로 불렸다. 조만간 K스포츠재단 2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춘(55)씨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씨는 최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대표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검찰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인물이 많고 수사 범위도 넓어 현재 수사팀(형사8부) 인원을 부장검사 등 4~5명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스포츠재단은 대기업에서 모금한 자금을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가 대주주인 회사에 지원하려 한 정황도 있어 검찰이 이에 대한 사실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더불어 K스포츠재단이 최씨 모녀의 독일 전지훈련 숙소를 구해주기 위해 직원을 독일 현지에 파견한 부분도 조사 대상이다.

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 대기업 19곳으로부터 모금한 288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사업 목적은 스포츠 인재 육성과 지도자 양성 등이다. 수면 아래 있던 이 재단은 정동구 1대 이사장에 이어 2대 이사장이 된 정동춘씨가 최씨의 단골 마사지센터 대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이후 최씨가 세운 ‘비덱’(독일 소재·최씨 모녀 공동 소유)과 ‘더블루K’란 회사가 K스포츠재단과 얽힌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자 야당에서 “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K스포츠재단이 지난 1월 말 재단 출연 대기업 중 한 곳을 다시 접촉해 비덱이 추진 중인 사업에 80억원을 추가 투자하도록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이런 제안을 한 당사자가 정현식(63) 재단 사무총장이라는 정황도 불거졌다. 정 사무총장이 해당 기업 본사를 두 차례 방문해 “‘펜싱·테니스 등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투자하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K스포츠재단 노모 부장과 박모 과장은 지난 1월과 5월 독일을 방문해 최씨 모녀의 거처를 구하는 ‘개인적인 일’까지 봐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독일 더블루K의 경영자이자 한국 더블루K 이사인 고씨는 최씨의 측근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다닌 가방을 제작한 ‘빌로밀로’의 대표이기도 하다.

◆정동구는 누구=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이던 그가 취임 한 달 만인 2월 26일 사임하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동시에 나왔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누군가가 사무총장을 통해 지시를 내렸고 나는 꼭두각시 이사장이었다”며 ‘제3의 인물’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올해 1월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나고 대기업들이 바로 288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보고 ‘뒤에 국정원이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레슬링 라이트급에 출전해 6위를 차지한 정 전 이사장은 은퇴 후 국가대표 전임코치로 있었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를 배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후 한국체대 학장,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지냈다.

글=오이석·현일훈·송승환 기자 oh.iseok@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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