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서울·조흥 놓치고 2전3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외환은행이 외자유치 우선(배타적)협상 대상자로 미국의 투자펀드인 론스타를 선정하면서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환은행측은 "비밀유지 약속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돌발 변수가 없다면 한두달 내에 협상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인수 2전3기=부실채권을 싼 값에 사들여 가치를 높인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사업을 주로 하는 론스타는 그동안 국내은행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사업 기회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론스타의 계산이다.

론스타는 지난해 서울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으나 하나은행에 밀렸고, 조흥은행 인수전에선 신한금융지주에 고배를 마셨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부터 외환은행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접촉해 왔다. 외환은행도 외자유치를 절실히 원하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외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재무 건전성이 낮아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대 계열사의 주채권 은행을 맡아 채무조정을 실시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남은 문제는 인수가격을 얼마로 하느냐다. 론스타는 신주를 액면가보다 싸게 사는 대신 구주는 비싸게 사주는 것으로 외환은행측과 의견접근을 봤다.

신주 발행가격은 최저 2천6백30원에서 최고 5천원 사이에서 정해질 전망인데 대략 3천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기존 주식은 주당 6천~7천원에 사주는 것으로 절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지분율 32.55%)는 주당 8천원선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론스타는 독일 현지법인을 통해 코메르츠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자격 논란=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론스타는 정통 금융회사가 아닌 투자펀드(기금)여서 법령에 의한 인수자격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은행법 시행령에는 외국에서 금융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면 은행 지분의 10% 이상을 사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금융업을 하는 회사인지 아닌지는 금융감독위원회가 판단한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위 승인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편의적인 법해석이라는 비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정완.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