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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美 코미디 황제 '전설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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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75년 동안 미국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전설적 코미디언 밥 호프가 지난 27일 사망했다. 1백세. 그의 홍보 담당자인 워드 그랜트는 폐렴 증세를 앓아오던 호프가 캘리포니아주 톨루카 레이크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오늘 위대한 시민을 잃었다. 그는 우리를 웃게 만들고, 정신을 고양시켰으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로 1백회 생일을 맞았던 호프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원로 연예인이었다. 1903년 영국 런던에서 석공의 여섯 아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의 삶은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었다. 네살 때 부모 품에 안겨 미국에 온 그는 소년 시절 신문팔이와 구두 공장 직원, 골프장의 캐디로 일했다. 그의 재주는 고등학교 때 드러났다. 그는 찰리 채플린을 흉내내 친구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졸업 후 잠시 권투도 했지만 경기에서 패한 후 뉴욕 등에서 코미디를 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35년 처음 라디오에 출연, 3년 뒤 NBC 라디오에서 고정 출연하며 자리를 잡았다. 이후 TV와 영화에 쉴 새 없이 출연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75편, 해외 위문공연으로 웃겼던 미군만도 1천만명이나 된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부터 빌 클린턴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귀빈이자 '골프 친구'로 대접받았다. 82년까지 8천만달러를 모을 정도로 부도 쌓았다. 그러나 재산의 상당 부분을 고아원에 기부하는 등 자선사업에 적극 참여해 더욱 사랑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플로리다주에 공군 참전용사 미망인을 위한 시설을 건립하는 데 1백만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골드 메달을 받기도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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