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국민 간 떨게 한 ‘C형 간염’ 집단감염…조기에 진단, 첫 치료 성공률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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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은 ‘간의 날(Liver Day)’이다. 올해 한 해 간 건강 관련 이슈를 하나의 키워드로 꼽자면 아마도 ‘C형 간염’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집단감염’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큰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완치’를 가능케 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전문의 칼럼 배시현 가톨릭대 의대 교수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은 약 3000억 개가 넘는 간세포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간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염증 반응이 생겨 바이러스성 간염을 유발한다.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성 간염으로는 A형, B형, C형 간염이 꼽힌다. A형과 B형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C형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된다. C형 간염의 심각한 문제는 감염 초기에 특별한 증상 없이 만성화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된 후에야 진단을 받는다. C형 간염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이슈가 된 C형 간염의 집단감염 사태는 국민들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다행히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C형 간염은 극복할 수 있는 병이 됐다. 국내외에서 소개되고 있는 최신 치료제들은 복용 약이며 12~24주 동안만 치료하면 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부작용과 치료 기간도 줄었다. 미국·유럽에서 승인을 받아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치료제는 임상을 통해 국내 C형 간염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b 바이러스형에 대해 100% 완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C형 간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첫 치료 성공률’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감염병 관리 측면에서 C형 간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 C형 간염 검사를 국민건강검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진 도입이 확정된다면 ‘조기 진단’의 문제는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첫 치료 성공률’이다. 완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경구용 치료제들도 섣불리 투약했다가 치료에 실패한 뒤 다른 치료법을 다시 적용했을 때 치료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고가의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심한 간경변증과 간암 환자처럼 고위험군의 환자를 제외하면 C형 간염은 급속도로 나빠지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빨리 치료하는 것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 시기와 안정적인 방법을 찾아 첫 치료의 완치 확률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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