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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관계법 개폐”어디까지 왔나|전국승려대회 계기 목소리 높아가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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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행 불교관계 법령을 전면개폐하라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불교 조계종의 9·7 해인사 전국승려대회를 계기로 본격 부상한 불교법령 개폐 요구는 정교분리 원칙및 불교의 자주성 문제등을 새삼 제기하면서 대정부 비판의 의미까지 합숙,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개폐의 표적이 되고 있는 핵심 법령은「불교재산관리법」.
해인사 승려대회는 이 법을「악법」으로 규정, 즉각 철폐를 요구했으나 대회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종단차원에서는 철폐냐, 개정이냐의 기본적인 지침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구체적 개폐추진을위한 공청회·세미나·연구 용역등도 전혀 없다.
반면 정부·여당은 최근 불교계의 뜻을 십분 받아들어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어 현재의 상황은 철폐와 개정중의 택일을 분명히 하고 개정의 경우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는「기민성」이 요망되는 시점이다.
조계종단 재야를 중심해 지금까지 표출된 견해는「불교재산관리법」과 그 시행령은 철폐. 「문화재보호법」「도시공원법」및 그 시행령은 대폭 개정으로 요약된다.
해인사 승려대회를 주도했던 젊은 승려들은 대회직후 불교관계 악법 철폐운동공동대책 위원회를 구성,「백만인 서명운동」까지 전개해 오고 있다.
또 대구·경북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1일 대구시민회관에서 불교법령 개폐 세미나를 열고 승단과 학계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현재까지로는 불교계의 유일한 불교관계법령개폐 세미나이기도 한 이 세미나의 주제 발표자 한상범교수(동국대·법학)는 헌법이 보장한「종교의 자유」와 정방분리원칙등을 들어「불교재산관리법」의 경우「철폐」를, 기타 법령은「개정」을 주장했다.
원래「불교재산관리법」은 50년대의 비구·대처승 분쟁을 정부가 거중조정, 62년 현 조계종을 출범시키면서 사찰과 그 부속 토지등의 불교재산을 조계종단만이 소유할수 있도록 하기위해 제정한 법이다.
조계종단 승려들은 이 법을 당시 상황으론 크게 환영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제약과 불편을 느껴왔다.
그래서「한시적 법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정은 하지만 오늘의 시점에서는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물론 여타 종단 승려들의「불교재산관리법」에 대한 견해는 폐지와 개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원칙론과 자주성을 앞세우는 승려들은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지만 아직도 재사분규중인 대처승단 소유의 조계종 사찰과 법망의 감시하에서도 간혹 말썽을 빚었던 사찰 토지처분의 확대등을 우려하는 입장은 폐지보다 제약 규정의「대폭 개정」쪽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교재산관리법」의 대폭 개정은 80년 10·27 불교법난 직전에도 송월주총무원장 집행부가 공식 제기한바 있고 지난 7월 오녹원총무원장 집행부도 구체적인 개정안까지 마련, 정부 당국과 협의했던 불교계의「현안」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제 불교관계 법령의 개폐요구를 수용할 시점이라면 불교계나 정부 당국모두가 지혜를 모아 불교 중흥에 부응할 파아현정의 복전이 될 개폐를 단행해야 할 것 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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