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전…비 정부와 협상할 듯" 육성테이프 보내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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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닐라=박병석·김진국 특파원】피랍된 한일개발의 박종수 과장과 정상기계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30일 라오악시의 지방방송국인 DZVR에 보내져 석방교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 방송은 이날 하오6시『우리신변은 안전하다. 대우는 잘 받고 있다. 신인민군은 우리들의 석방문제를 필리핀정부측과 협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내용의 영어로 된 육성녹음테이프를 보내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억류된 위치를 일체 밝히지 않았다.
한편 마닐라의 유력 일간지「내셔널」지는 신인민군사령부는 일로코스노르테 주정부가 선임한 필리핀인권협회의 변호사「다비드·부에노」씨와「빅·아길라」씨 등 2명의 협상대표단과 석방협상을 할 대표단을 선정 중에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라오락시에 사령부를 둔 정부군 35여단이 NPA의 협상대표가 지명되는 대로 이들의 안전 행을 보장하는 특별통행증을 발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에는 31일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몹시 몰아치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NPA와의 접촉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필리핀 군 고위소식통들은 두 사람을 납치한 단체가 NPA가 아닌 무장강도집단(마라NPA)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 명의 이 군 고위당국자는 피랍사건현장에 조사차 다녀온 후 이같은 가능성을 밝혔는데 그 이유로 NPA는 인질을 납치했을 경우 2∼3일 내에 요구조건을 보내 오는 것이 관례인데다 한일개발 측이 현지 NPA와의 관계가 원만했고 한일개발 측이 현장에서 파견한 현지인 메신저가 이제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이 소식통은 NPA가 인질사건을 벌일 때는 1개 분대 13명이 작전을 띠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번 사건에는 3백 명에 이르는 대규모인원이 동원된 점도 특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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