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분위기 되어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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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들어 국내 저축이 꾸준히 늘어나 오늘저축의 날을 뜻 있게 만들었다. 당국의 집계로는 9월말 현재금융저축이 70조5천6백억 원에 달해 작년 말보다 18%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괄목할 만한 저축증가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과제인 외채축소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추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는 분수에 넘치고, 감당하기도 어려운 지금의 외채누적이 국민들의 저축부족 때문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많은 잘못이 재원의 낭비와 투자과욕, 사후관리의 부실을 방치한 경제운영과 정책에 있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힘겨운 외채를 덜고 경제의 자력운영을 달성하기 외해서는 저축이 불가피하며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액으로 늘어나 외채축소의 기틀이 마련된 해인 만큼 저축마저 순조롭게 늘어난다면 그 상승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과 같은 저축호조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올해 국내 저축률은 당초 예상했던 30%선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수출은 왕으로 계속 확산추세에 있음을 볼 때 투자 또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지금부터 성급하게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것으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투자가 더 빨리 늘고 그 결과로 GNP성장이 더 늘어난다면 의외로 저축률이 처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지금부터 할 일은 성급한 자랑보다는 지금까지의 저축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경제의 안정구조를 더욱 다지고 저축환경을 개선하면서 경기 회복기에 나타나기 쉬운 소비확대나 투기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보면 국민보다는 정부가 먼저 솔선하고 절제할 부분을 많이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재정운영의 팽창과 낭비를 막고 긴축과 절약을 시범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경기회복과 여건 호전을 기화로 정부활동이나 재정운영이 방만하게 흘러서는 안될 일이다.
재정운영 못지 않게 통화신용정책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과잉 살포된 시중 유동성을 무리 없는 과정을 통해 수속하는 일이 최대의 당면과제다.
주의 깊게 살피면 아직도 민간의 소비나 투기성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목돈운용에서 여전히 저축보다는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33%를 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의 저축환경은 아직도 안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저축의 유인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소액 가계저축의 제반 우대조치들을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 저축증대에 크게 기여한 각종의 새로운 저축상품도 다양하게 더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저축노력과 그 성과를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외해서는 저축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성 있게 쓰여져야 한다. 애써 모은 국민의 저축을 부실기업 뒤치다꺼리에 쏟아 넣거나 불요불급의 투자로 낭비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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