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차 노조 파업 철회해도, 신형 그랜저 내달 출시 차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사 이미지

1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수출선적부두 야적장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노조가 지난 7월 19일 이후 24차례 파업에 돌입하면서 현대차는 7만8000대의 수출 차질을 빚었다. [울산=송봉근 기자]

5개월 가까이 끌어오던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 양측이 12일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주식 10주
성과급 350%, 상품권 50만원 지급
내일 노조합의안 놓고 찬반투표
7월 이후 파업 24차례 3조대 피해
현대차 구원투수 신형 그랜저
파업 장기화에 시험생산도 못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7차 협상에 나섰다. 파업이 재개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양측은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며 합의안 마련에 공을 들였다

추천 기사

노사는 이날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 350%+격려금 330만원 ▶주식 10주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1차 잠정합의안과 비교하면 임금이 4000원 올랐고, 전통시장 상품권 30만원이 추가됐다. 노조는 2차 잠정합의안을 놓고 14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사 이미지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24일 첫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틀 후 열린 조합원 총투표에서 78.05%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50일 만에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상처는 깊다. 지난 7월 19일 이후 24차례 계속된 파업으로 3조1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고 14만2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판매 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올해 실적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파업 장기화로 하반기 기대작이던 신형 그랜저(코드명 IG) 출시도 지장을 빚게 됐다. 다음달 중순 출시할 예정이던 신형 그랜저는 남양연구소 파일럿 생산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시험생산 일정이 미뤄지면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만약 2차 잠정합의안마저 부결된다면 신형 그랜저 출시는 물론 현대차의 올해 사업계획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업 이후 조업이 정상화되더라도 공정이 불안정한 상태라 언제 시험생산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파업 장기화의 피해가 협력업체와 수출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미쳤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협력업체 348개사의 손실액이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출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는 7만8000여 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1억4000만 달러(약 1조2800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813만 대)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2013년 이후 3년 만에 판매가 8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2013년 세계시장에서 756만 대를 팔아 목표치였던 741만 대를 손쉽게 넘어섰다. 이듬해에는 사상 첫 800만 대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기침체로 목표치(820만 대)에 크게 모자란 801만 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엔 판매목표를 하향 조정까지 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까지 국내외에서 562만191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72만6249대)보다도 뒤진 수치다. 유럽과 북미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남은 3개월 동안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세타2 엔진의 리콜 사태가 빚어지면서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도 흠집이 났다. 지난해 6월 생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2360대의 조수석 에어백 결함에 대해 적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가 사상 초유의 국토부 고발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위기관리 능력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이번 사태만 갖고 품질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긴 아직 이르다고 분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은 동일한 설계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공급처와 생산 환경에 따라 품질관리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세타2 엔진의 보증기간을 연장한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동현·김기환 기자 offramp@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