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4년간 죽은 딸 전입신고 해온 아버지에 벌금형 선처

중앙일보

입력

 24년 동안 숨진 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이사를 할 때마다 전입신고까지 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가벼운 벌금형으로 선처했다.

11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회사원 임모(63)씨는 1992년 자폐성 질환을 앓던 둘째 딸을 잃었다.

그러나 임씨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망신고를 미뤘다. 이사를 해서 전입신고를 할 때마다 가족사항에 둘째 딸의 이름도 함께 적었다.

임씨의 사망한 딸은 2013년 2월 노원구, 2013년 11월과 2014년 7월에는 송파구 주민으로 등록됐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임씨의 이 같은 행위는 엄연히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거짓으로 주민등록 신고를 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를 적발한 행정당국은 임씨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그를 실정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단독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임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임씨는 ”슬픈 마음으로 저지른 일이고 현재는 사망신고를 완료하고 지연 과태료도 납부했다“며 항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김명한)는 6일 원심 판결을 깨고 임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의 셋째 딸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서 벌금 70만원이 너무 무겁다는 점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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