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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노동당 움직이는 정치국 27명…핵심은 상무위원 4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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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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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1주년을 맞은 10일 노동신문은 “당(黨)과 인민의 혼연일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북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수해 현장의 사연을 소개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큰물 속에서 가산(家産)보다 ‘태양상 초상화’를 가슴에 품은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다. 집안에 걸려있던 김일성·김정일 사진 액자가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가지 않게하려다 목숨을 버렸다는 의미다.

창건 71주년 새 권력지도 분석
‘김정일 운구차 7인방’ 둘만 남아
2년 전 강등됐던 최용해 복귀 눈길

지난 8월 말~9월 초 북·중 국경 두만강 유역 범람으로 주민 138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북한 당국은 밝힌 바 있다. 노동신문은 “천만 군민(軍民)은 위대한 어머니당에 다함없는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있다”며 고 주장했다.

북한은 당 국가로 불린다. 조선노동당의 일당독재로 체제가 굴러간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노동당 위원장 직책을 거머쥐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갖고 있던 당 총비서(김정은은 제1비서직) 자리를 차지하는데 부담이 따르자 새 의자를 만든 것이다. 당시 북한은 모두 328개 직위를 선출하거나 임명했다.

통일부는 당 대회 인선과 이후 변동을 반영해 노동당 권력지도를 최근 완성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을 수위(首位)로 하는 노동당의 핵심 조직은 정치국이다. 상무위원 중 김정은을 제외한 4인방이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다. 2012년4월 당대표자회에서 상무위원 선출됐다 2년여 만에 강등당했던 최용해의 복귀는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88세 고령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후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선두에선 이른바 ‘운구차 7인방’의 몰락도 두드러진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처형됐고, 군부 최측근이던 이영호 총참모장은 숙청당하는 등 힘을 잃었다. 노동당 내에 살아남은건 김기남·최태복 비서 뿐이다. 그만큼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권력의 부침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알린 7차 당대회에서 짜인 14명의 정치국 위원과 9명의 후보위원을 포함한 27명(김정은 제외)의 정치국 멤버가 노동당을 이끌 파워엘리트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 첫 공직으로 부여받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는 그가 위원장으로 올라가며 폐지됐다. 대신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이명수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등이 위원으로 포진했다. 통일부는 “박봉주 총리와 이만건 국무위원이 당 군사위원에 포함된 건 당의 역할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노동당 통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위시한 ‘3개의 축’ 개념으로 설명한다. 핵심 축인 ‘김일성-김정일 주의’는 혁명의 원동력으로 규정된다. 10일자 노동신문 1면 기념사설의 제목도 ‘조선노동당의 김일성-김정일주의 기치 높이 인민의 천하제일강국을 일떠 세울 것이다’였다. 둘째 요소인 일심단결은 백전백승의 보검(寶劍)이라고 주장한다. 셋째로 내세우는 핵 억제력은 강성번영의 담보라는 게 북한의 설명이다. 이 3가지 핵심이 어우러져 김정은 시대의 주체조선을 이끌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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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있다. 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북한 전체인구(2415만명) 가운데 830명당 한 명 꼴인 3만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했다. 최근에는 외교관과 공관·주재원 등 엘리트층의 망명 행렬도 이어진다. 김정은의 핵심 정책인 경제·핵 병진노선은 대북제재를 자초해 주민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 국가배급망이 붕괴되면서 주민들은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김정은에겐 “노동당보다 장마당”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야하는 숙제가 닥쳐있다.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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