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냄새로 파리를 꾀는 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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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세로피지아. [사진 슈페판 되테를]

곤충을 매개로 수분(受粉)을 하는 식물은 곤충을 유인한다. 곤충이 좋아하는 냄새로 꾀는 것이다. 대개는 달콤한 냄새다.

그런데 자이언트 세로피지아(Giant Ceropegia)는 좀 특이한 냄새가 난다.

‘다른 육식곤충의 공격을 받는 꿀벌 냄새’다. 이 냄새로 파리를 꾄다는 연구 결과를 독일ㆍ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이 최근 과학 저널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냈다.

자이언트 세로피지아의 꽃은 우산 모양이다. 이 꽃은 꿀벌이 거미와 같은 다른 포식 곤충의 공격을 받을 때 쏘는 독침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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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mometopa 파리. [사진 위키미디어]

이 독침 냄새가 퍼지면서 다른 꿀벌에게 경고를 주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파리가 이 냄새를 맡고 꽃으로 들어가면 그 파리를 에워싼다. 파리는 간신히 빠져나온다. 자이언트 세로피지아 꽃가루를 잔뜩 묻힌 채 말이다.

자이언트 세로피지아가 노리는 파리는 파리 중 유난히 꿀벌 시체를 좋아하는, 학명(學名)이 desmometopa인 파리다. 연구를 진행한 진화생물학자 슈테판 되테를은 “진화의 신비”라고 평가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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