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어드 음대 총장 32년 만에 물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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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2년 간 미국 줄리어드 음대를 세계적인 음악 학교로 키워낸 조셉 폴리시(68·사진) 총장이 내년 6월 자리에서 물러날 의향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폴리시는 1984년 줄리어드 음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교육과정에 인문학을 도입하고 기숙사를 지어 학생 공동체를 강화하는 등 대담한 개혁을 통해 이 학교의 명성을 한층 높였다.

NYT “조셉 폴리시 내년 6월 퇴임”
인문학 도입, 기숙사 건립 등 개혁

총장이 된 폴리시가 가장 먼저 실시한 개혁은 기숙사를 짓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줄리어드 음대 학생들은 연습 시간에 맞춰 학교에 와서 1대 1 교습을 받은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폴리시는 새 기숙사에 신입생들이 1년 간 의무적으로 입주하게 하고 서로의 연주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음악 전문지 오페라뉴스는 “폴리시의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줄리어드 음대는 뉴욕시 일대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갖게 됐다”고 평했다.

줄리어드 음대에 인문학 수업을 적극 도입한 것도 폴리시의 주요 업적 가운데 하나다. 폴리시는 학생들이 기술이 뛰어난 연주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예술인이 되길 바랐다. 그는 교육과정에 역사학 등 인문학 수업을 추가하고 학생들을 병원과 요양원에 보내 사회에 공헌하게 했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개혁을 바탕으로 2005년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저서 『시민으로서의 예술가』를 펴냈다.

폴리시는 취임 당시 6300만 달러였던 기부금 규모를 현재 9억30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또 중국에 줄리어드 음대 분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며 경영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은퇴 후 그는 초·중등 음악교육 연구에 헌신할 예정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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