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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24개 단지 35층 이하로 통합 재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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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70~8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의 상징이었던 압구정동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밑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6일 압구정 재건축 밑그림인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결정안’을 발표했다.

역세권 단지 일부만 40층까지 허용
주거·교통 여건 고려해 광역 개발
계획 달라져 사업 1~2년 늦어질 듯

계획결정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건축에 일반적으로 적용돼온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이 아닌 ‘지구단위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시 측은 “주변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개별 단지별 정비가 아닌 주거환경과 교통여건, 상업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역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3일 지구단위계획안을 공람공고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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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지구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115만㎡ 규모이고 24개 단지 1만여 가구가 살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안의 주된 내용은 ▶압구정역 역세권 기능 강화 ▶다양한 공공공간 확보 ▶디자인 특화 유도를 통한 가로친화형 단지 조성 등이다. 이를 위해 9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개발을 진행한다.

아파트 24개 단지는 6개 사업단위로 구분돼 대단지의 통합재건축을 추진한다. 층수는 서울시 한강변관리기본계획에 따라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압구정역 주변 일부 단지는 역세권 개발 활성화를 위해 40층까지 지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SM타운부지 등 상업시설이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진다.

진경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으면 성냥갑 같이 일률적인 아파트를 양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인 도시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 초기단계에서 지구 전체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수행해 개발 완료 후 가구수 증가에 따른 도로 신설, 도로폭·선형 변경 등을 미리 반영해 교통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 계획에 대해 강남구청이 반발하고 있어 지구단위 계획안 확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강남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사전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했다”며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인해 사업이 1~2년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0층 초고층 재건축이 무산된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층수 제한 완화를 염원하는 압구정동 주민들의 의견을 원천 봉쇄했다”이라고 말했다.

압구정이 재건축되면 국내 최고급 주거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 지역은 강남 개발 이후 집값이 가장 비싼 부촌 자리를 지켜오다 반포동 등 재건축이 활발한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가격이 크게 오를 것 같지는 않다. 서울시의 재건축 계획 발표를 앞두고 오르던 시세가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압구정동 K공인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은 없다”며 “특히 집주인들은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된다는 소식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올 들어 수억원씩 오르던 집값도 추석 이후 보합세다. 현대3차 전용면적 82㎡형 호가(부르는 값)는 16억~17억원, 신현대 전용 108㎡형은 18억5000만~19억원 선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시와 구청·주민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계획 확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워낙 덩치가 커 사업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내년 말로 유예 기간이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를 피하기 어려워 사업비 부담도 크다.

저층의 소형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달리 압구정은 중형 이상의 주택 위주여서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단위계획

도시 기능을 향상시키고 특정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건폐율, 도로 등 기반시설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제도다. 아파트 재건축 등 주거지역에 집중한 정비계획과 달리 주거 뿐 아니라 상업시설 개발계획까지 포함된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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