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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 “배낭여행지로 우크라이나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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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리·심연지

[사진제공=안시내]

모잠비크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제공=안시내]

[사진제공=안시내]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의 국경 지역 [사진제공=안시내]

돈과 시간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여행을 결심하고 2013년에 1년간 휴학, 베이비시터와 은행 안내 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하며 여행 갈 돈을 마련했다. 그나마도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모은 돈의 절반 이상을 내놓고 단돈 350만원으로 141일간 세계 여행을 떠났다. 시간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았던 그는 ‘여행작가 안시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가장 빛나는 시기에 1년만 내가 하고 싶은 걸을 하며 살자”면서 여행을 떠났던, 꿈 많은 ‘어른 소녀’ 안시내(23) 작가를 만났다.

- 처음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친오빠의 영향이에요. 사실 여행작가도 저보다는 오빠가 더 하고 싶어했죠. 그러다가 학창시절에 영화 ‘김종욱 찾기’를 보고 여행에 대한 꿈을 품게 됐고, ‘1년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는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했어요.”

- 그렇게 떠난 여행이 책으로 나왔어요. 어떻게 출판까지 하게 됐나요.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도로 냈던 책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 만족이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남한테 얘기하는 거 좋아하니까요. 막연히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만 품고 있었는데, SNS에 여행글을 올린 뒤에 출판 제의를 받았어요.”

첫 여행의 기록은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2015)으로 나왔고, 60일간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2015)으로 묶여 나왔다.

- 책에선 유독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데, 특히 아이들을 좋아해서 베이비시터를 약 2년 정도 하기도 했어요. 사람만큼 그 나라를 아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풍경 같은 건 사진으로 봐도 다 알 수 있잖아요. 사람을 만나면 이 나라에서 살아온 세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이 내가 해외에 있다는 걸 실감나게 해줬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녀온 여행에서는 사람 만나는 일에 치중하지 못했어요. 여행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10년지기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는데, 친구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지나치더라고요. 그 차이를 겪으면서 확실히 알게 됐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 여행 스타일이라는 걸요.”

- 첫 여행을 141일 동안 다녔어요. 장기 여행이라 기억이 안 날 법도 한데, 글을 쓸 때 어떻게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나요.
“저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한 줄씩 적어둬요. 나중에 돌아와서 그것만 봐도 그 장면이 다 기억이 나요. 원래 저는 친구 이름도 잘 까먹는데, 여행 기억은 유난히 기억을 잘 하더라고요.”

- 두 번째 책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인세 전액을 아프리카에 기부한다고 밝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지금까지 나만을 위한 여행을 했다면, 모두를 위한 여행을 해보자고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 뒤에 발품을 팔아서 돌아다니고, 공정여행가의 글을 읽으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됐죠. 당장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동시에 그 이야기로 다시 아프리카를 돕고 싶었어요.”

- 여행작가와 대학생의 삶을 병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저는 평소에 여행을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강연을 가거나 이렇게 취재에 응할 때 아니면 스스로 여행작가라는 생각도 안 해요. 그냥 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죠. 일상에 지칠 땐 ‘이것만 버티면 돼’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 그래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요.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 여행이 너무 가고 싶다가, 또 여행 가면 ‘학교생활이 재밌는데….’라고 생각이 계속 달라지는 정도죠.”

- 이후로도 여행을 직업으로 삼을 계획인가요.
“아마도 20대까지는 직업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30대가 되면 전공(환경조각·국문학)을 살려볼 생각에요. 예술사에 관한 글도 쓰고, 미술 평론, 예술과 여행을 접목시킨 예술기행 등을 생각하고 있어요. 예술가와 더불어 그들이 작업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진로와 관련된 전공 선택은 많은 학생들의 고민이에요. 작가님도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전공은 스무살에 정하는 건데, 내 인생의 진로를 정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잖아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이 나와 잘 맞으면 좋은 건데, 아니라고 해도 ‘조금 늦게 알았다’고 생각하고 수정해 나가는 거죠. 그래도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100세 인생’이라는데 오분의 일 살아놓고 80년 동안 할 일을 어떻게 알아요. 하하.”

[사진제공=안시내]

[사진제공=안시내]

-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배낭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아무래도 인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아요. 배낭여행지로는, 이번에 다녀온 나라 중에 우크라이나를 추천해요. 숨겨진 보석 같은 나라였어요. 유럽의 정취와 러시아의 정취가 섞여있는 나라인데, 일단 물가가 굉장히 싸고 사람들이 친절해요. 남성분들이라면 인도도 추천합니다.”

- 시험을 마치면 짧게라도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특히 입시를 끝낸 학생들에게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시험 끝난 학생들이라면 아직은 국내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국내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고, 게스트하우스에만 가도 충분히 다른 여행자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거든요. 춘천이나 제주도를 다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입시를 끝냈다면 대학 입학까지 시간이 있을 테니 조금 더 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아요. 도전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히말라야 트래킹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동남아 같은 데도 좋고요. 길면 한 달 정도, 짧게는 일주일. 그렇게 다녀오면 대학 입학 전에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도 홀리(Holi) 축제 현장 (사진제공=안시내 작가)

-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망설이는 이들도 많을 것 같아요.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절대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인데, 비행기 티켓부터 사세요. 그러면 어찌됐든 가게 돼요. 시간이든 돈이든 여행에는 절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저도 시간도 돈도 없었던 대학생이었는데, 하고 싶은 게 생기니까 돈을 벌고 시간을 내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간절하다면 분명히 떠날 수 있을 거예요. 겁내지 마세요. 떠나도 괜찮아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일 년 정도는 자신의 뜻대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청소년들도 멋진 여행을 꿈꿀 수 있을까요.
“굳이 여행이어야 할 필요까진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원동력이 되고,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만들죠. 여행을 하고 싶다면 ‘빛나는 청춘이 되면 여행을 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 학창시절을 잘 버텨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정말로 ‘빛나는 청춘’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책 너머의 세상을 봐야 할 나이가 20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여행을 꿈꾸면 좋겠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이 어떤 건지 보고, 더 넓은 세상을 보면 좋겠어요.”

글=한우리(숭덕여고 1), 사진=심연지(인천세무고 1) TONG청소년기자
도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영상도움=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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