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태운 119 구급차에 길 터준 '성숙한 시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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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대 70대 심정지 환자를 태운 119구급차가 시민들의 양보로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했다.

5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5시35분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사는 김모(76)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심장 박동이 멈춘 김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전주에 있는 전북대병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미 전주로 이어지는 편도 2차선 도로는 퇴근하는 차량들로 붐볐다. 특히 완주 용진삼거리에서 전주시차량등록사업소까지 1.6㎞ 구간은 퇴근 시간대엔 30분이 넘게 걸리는 교통체증 구간이다.

하지만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앞선 차량들이 좌우로 길을 터주며 구급차 1대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 것이다. 구급차는 시민들의 양보로 목적지인 전북대병원까지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자가 호흡을 되찾았다.

당시 출동했던 119구급대원은 "도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 운전자들의 양보 덕분에 응급 환자를 신속히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며 "긴급차량 출동로 확보는 생명을 구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안타깝게도 이튿날 뇌내출혈 등 합병증으로 심정지가 재발해 숨졌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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