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10월 강풍 대비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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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합의 개헌의 1차 시한인 9월말이 그대로 넘어갈 전망이다. 공청회의 TV중계방식 문제로 헌특이 장기표류하고 추석·아시안게임 등으로 협상다운 협상 한번 없이 시한을 넘기는데도 여야 어느 쪽도 서두르거나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조기협상을 해봐야 조기결렬밖에 나올게 없다는 기본인식 때문에 생중계냐, 아니냐 하는 한가로운(?) 문제로 공전하고 있는 헌특의 재가동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 다같이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야는 10월 정국의 선제를 위한 명분 만들기와 엄포성 발언교환 등 시한 이후를 대비하는 인상.
『9월 중순까지 실세대화를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 『우리가 힘이 없어 이러고 있는 줄 아느냐』 는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또는 은밀하게 오가고 벌써부터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는 10월 강풍이 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국회 헌특위가 개헌공청회를 생중계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데 대해 민정당은 『그것이 뭐 대수로운 문제냐』는 분위기다.
헌특의 1차 시한을 9월말로 합의해줬지만 민정당은 처음부터 9월말까지는 무망이라고 보고있었고 사실상의 1차 시한을 연말로 잡고 있기 때문.
따라서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아래 느긋한 자세로 헌특에 임하고 당분간은 의원내각제에 대한 대 국민 홍보를 강화해 나가자는 게 민정당의 전략인 것 같다.
생중계문제에 관해서도 끝까지 버티는 게 대야협상에서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민정당은 공청회 개최 등을 포함한 헌특 운영일정에 『초조할 것 하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있다.
한 당직자는 『헌특이라는게 공청회를 하고 나면 거의 일 다한 것 아니냐』고 반문.
다만 헌특의 장기공전에 따른 정치부담을 의식, 여론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적당한 시기에 한번쯤 정상화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오랜 기간 정상화가 안될 경우 신민당이 장외로 나설 명분을 주게되고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사태가 오면 이것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정기국회 개회 전에 정상화의 기미를 보이고 공청회는 개최조건에만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
한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 서울·부산·광주 3개 대도시에서 열리지 않겠느냐』고 전망.
○‥‥민정당내에는 아시안게임 후의 정국전개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크든 작든 학원사태가 닥칠 것이고, 체중이 실린 합의는 아니었지만 1차 시한이 넘어가는 이상 야당도 어떤 형태로든 공세를 취하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에 따라 10월 위기니 11월 위기니 하는 천둥과 관련된 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있는 실정.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 5일부터 개헌문제를 논의한다해도 그때 가서라도 헌특의 실질적 토론이 가능해질 긍정적 요인이 불쑥 나오기는 어렵다는 생각들이다.
여권으로서는 일단 정상적인 정기국회 운영과 헌특을 통한 대화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그러나 군중동원과 같은 식으로 여권을 밀어붙이겠다는 기도가 전개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강경 조치가 발동되리라는 관측이 많은 것만은 사실.
1년여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시기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이젠 더 이상 밀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는 데다 아시안게임 등을 고러해 그 동안 많이 참았다는 분위기도 여권 내에는 감도는 것 같다. 따라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아시안게임 이후부터는 경성 방법으로 야권을 리드하는 적극 전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헌특의 9월말 시한을 설정한 것은 신민당이며 신민당 내에선 김대중씨인 셈이다.
헌특 무용론을 개진한 김씨로선 김영삼씨가 헌특 구성을 들고 나왔을 때 강력히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성에 응하는 조건으로 활동시한을 9월말까지로 단서를 달았던 것.
김씨가 붙인 9월말 시한의 의미가 『그때까지는 합의가 될 것』이란 전제가 아니라 『그때까지 안될게 뻔하니 그 이후엔 헌특 이외의 방법을 택하자』는 뜻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아울러 합의는커녕 헌특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9월말을 넘기게됨으로써 김씨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넓어지게 됐고 그 이후의 정국운영에 있어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게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가 제의한 9월 중순까지의 실세대화 역시 성사되지 않을 것이 거의 명백해진 상황이어서 9월말이후 그가 취할 행동은 쉽게 읽을 수 있다하겠다.
우선 정부·여당의 민주화 의지를 걸어 공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며 10월 이후 형성될 분위기와 함께 장외 투쟁의 재연도 예상되고 있다.
반면 김영삼씨로선 자신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헌특이 의외로 여러가지 벽에 걸려 제대로 굴러가지 않게되자 다소 실망감을 느끼면서 9월말 시한후의 대처방안 마련도 쉽지 않게 되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 역시 실지만회의 필요성 등에 따라 지금까지의 협상자세를 바꿔 강경으로 나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지구당 단합대회 등에서 나온 그의 일련의 강경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지며, 이른바 10월 정국 때까지 여건변화가 없는 한 강경으로 나갈 소지도 크다.
그러나 『개헌은 국회 헌특을 통해 여야합의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기조인 만큼 헌특을 통한 대화·절충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결국 야당이 취할 것으로 보이는 시한후의 강경 노선은 그 다음 단계의 헌특 절충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 단계적 성격이 될 전망이다.
○‥‥자칫 명분이 약할 수도 있는 생중계 문제로 신민당이 버틴 것도 두 김씨의 이 같은 입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동교동측으로서는 실세대화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상도동측도 가시적 성과가 없는 헌특 정상화에는 선뜻 나서기 어렵다.
그러나 그 동안의 생중계 주장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충분히 거뒀다는 당 내외 견해가 고개를 들고 이를 더 고집할 경우 국민들에게 식상감만 안겨 줘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최근들어 강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응할 기미도 보이고있다.
실제 당내에는 시청률 낮은 낮 시간의 생방송보다 공정성이 최대로 보장된다면 시청률 높은 저녁시간을 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많다.
불투명한 10월 정국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단 아시안게임 전에 헌특을 정상화시켜 10월로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할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

<허남진·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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