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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리 예술 100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이후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예품이 만들어졌다. 종류와 그 세련미· 섬세한 점등 자랑스럽기만한 명품이 많다. 그래서 평소 필자는 우리 공예품에 빠져 골동상가나 현대공예품의 점방을 자주 드나들고 있다.
이번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프랑스 유리예술 100년전」 은 외국의 작품들이지만 유리공예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필자는 유럽여행 중에도 파리 루브르박물관이나 여러 성당, 유명 건물에 장식된 유리공예품은 물론, 찬란했던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을 눈여겨 보았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수많은 유리공예가들은 색채가 풍부한 투명성과 극에 치닫는 장식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 환상마저 느끼게 했다.
프랑스 메츠 대성당에 장식된 「샤갈」 의 작품, 프랑스 대성당 서쪽 벽면에 있는 장미의 창 『성모자의 찬송』 등 수없이 화려한 유리공예와 미술품등은 바로 아르누보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명품중에서 「장·살라」의 『꽃병』을 선택한 것은 그 시대의 유리공예나 장식유리들은 유동적 곡선으로 장식 형식이 잡혀진데 반하여 이 작품은 그 형태나 장식이 뜻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이와 둘레가 적절히 배분되고 동양적 선과 꼴을 가진 단순화된 조형의식과 이에 알맞는 반투명의 살결이 돋보인다. 이 『꽃병』은 「장·살라」 가 빙렬을 기술적인 냉각방법에 의하여 탄생시킨 밀도 있는 명품이다.
꽃병 둘레에는 대담스레 마치 우리나라 남해에 점점이 뜬 섬들처럼 액센트를 주고 있다. 더벅더벅 까낸 균형 잡힌 체질안료를 섞어 투명성을 죽였다. 꽃병에 그려진 옥색 둘레는 곱디 고운 동양적 호흡에 충실하다.
열두새로 짜여진 한산 모시치마 저고리에 엷은 옥색 물감을 들이고 대청마루에 앉아 분꽃을 만지는 한국의 여인처럼 부드럽고 산뜻하다. 이 꽃병 뒷면에서 비쳐지는 아스름한 살결은 모시옷에 가린 고결한 여인의 살결인양 안개 속에서 은은히 빛나고 있다.
『꽃병』 에 고혹되어 나는 문득 초봄의 아지랑이 속에서 꿈꾸는 듯한 가인의 아리따운 모습을 마주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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