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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테이프로 묶어 17시간 동안 방치…입양 딸 학대하고 시신 유기한 양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양부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들은 딸의 시신을 유기한 뒤 아이의 친어머니에게 연락해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3일 전날 긴급체포한 양부 A씨(47)와 양모 B씨(30·여),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C씨(19·여) 등 3명에게 살인 및 사체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입양한 딸 D양(6)이 숨지자 다음날 시신을 포천의 한 산으로 옮겨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D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10년 전부터 동거를 해 온 사이다. 이들은 2014년 9월 D양을 입양했다. B씨와 한 동네에 살면서 친분을 쌓은 E씨(36·여)의 딸이었다. E씨는 2010년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딸을 돌보다 A씨 부부에게 입양보냈다고 한다. A씨 부부는 D양을 입양하면서 혼인신고를 한 것 같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A씨 부부는 2개월 전부터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않는다"는 이유로 D양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D양이 말을 듣지 않을때마다 파리채 등으로 종아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의 후배 딸이자 이들과 지난 3월부터 함께 살고 있는 C씨도 D양을 함께 학대했다고 한다. C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하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A씨 집에서 생활해 왔다.

이들은 D양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인 오후 4시까지 17시간 동안 D양의 몸을 투명 테이프로 묶고 방치했다.

다음날 외출을 했다 돌아온 B씨는 D양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을 보고 테이프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D양은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이들은 사망한 D양의 시신을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나무 등을 모아 화장하는 수법으로 유기했다.

또 D양이 없어진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아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속이기로 했다. 이후 인터넷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검색해 인천에서 소래포구축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와 허위로 실종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D양의 친엄마에게도 "축제에 가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놀란 D양의 친엄마는 인터넷에 "딸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딸을 찾을 때까지 인천에 머물겠다"며 숙소를 잡는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근 폐쇄회로 TV(CCTV)를 분석한 경찰은 이들 부부 등과 D양이 처음부터 동행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아이가 말을 듣지않거나 식탐을 부리면 훈계 차원에서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었다"며 "아동학대로 처벌받을까봐 아이의 시신을 화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D양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곳에선 불에 태운 흔적과 머리와 척추뼈 등 일부 뼛조각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뼛조각이 D양의 것이 맞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다. 또 야산을 정밀 수색하는 한편 A씨 등을 상대로 D양을 살해한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언제부터 D양을 학대했는지 알기 위해 D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관계자와 주변인 등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D양의 병원 진료 내역과 이들이 D양 명의로 보험을 가입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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