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부쳐…두 아나운서의 '반성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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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ㆍ김영란법) 시행으로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스포츠 캐스터가 인터넷에 올린 '반성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SBS 스포츠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는 정우영 아나운서 얘기다.

정 아나운서는 지난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잠실야구장 식권 8000원 시대에 부쳐…'라는 글을 올렸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야구단에서 취재언론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식사가 중단되고, 대신 8000원짜리 식권을 판매한 것에 대한 소회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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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아나운서가 블로그에 올린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관련한 소회. [사진=정우영 블로그]

정 아나운서는 어린 시절 기업 임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매 명절 때마다 다양한 선물이 들어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운을 뗐다. 그 많던 선물 보따리는 그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뚝 끊겼다고 했다.

정 아나운서가 다시 명절 선물을 받게 된 건 그가 아나운서가 된 뒤부터인 듯하다. 그는 "30대 중반부터 명절이면 여기저기서 선물이 들어왔다. 집안을 가득 채우는 선물을 보며 작게나마 내 자신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쁨이 "수양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선물이 오지 않을 것에 대해선 "당연하다. 원래 이랬어야 했다"며 자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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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SBS 스포츠 아나운서

그러면서 스포츠 구단과 협회에서 제공했던 식사를 당연시했던 관행을 "비정상적인 관계"라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위해 미국에 출장 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해외에서는 사먹는 게 당연하고, 우리나라에선 그깟 밤 한끼 정도 구단에서 대접받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정 아나운서는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액수까지 명문화를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긴 하다"면서도 "이 법이 그간 기업과 미디어 혹은 민관과 미디어의 뒤틀린 관계를 정상적으로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깟 서글픔과 아쉬움은 몇 번 느껴도 괜찮다"며 글을 마쳤다.

정 아나운서의 글은 10만 명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누리꾼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오상진 아나운서(프레인TPC)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짧지만 긴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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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아나운서

오 아나운서는 "소위 김영란 법 관련 기사를 보다가 오늘부터 해선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한 표를 보았다. 내 상식으로는 원래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라고 적었다. 법 시행의 취지를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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