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반역, 대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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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안상수 창원시장)이 광역단체장(홍준표 경남지사)한테 반역하고 대드는 것이 잘못이다.”

'불안한 동거'를 해왔던 홍준표(62) 경남지사와 안상수(70) 창원시장이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에도 창원시의 광역시 추진 문제가 발단이 됐다.

홍 지사는 지난 28일 열린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새누리당 박해영 도의원이 창원광역시 승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홍 지사는 “창원시가 광역시 한다고 하는데, 17개 시군이 얼마나 괘씸 하겠냐”며 “논밭뿐인 창원시에 17개 시군이 40년 이상 희생을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다. 여기에 돈이 다 들어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쏙 빠져 나가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창원광역시 승격을) 해 줄 수가 없다. 안 되는 것을 왜 하냐”며 “결국 되지도 않은 정책을 가지고 정치 투쟁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역’ 발언이 나온 건 이쯤이다. 박 의원이 “홍 지사와 안 시장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큰 정치를 했던 분이다”며 “그런데 서로간의 갈등이 시민들 보기에도 안 좋고 이렇다 보니 당 지지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과거에는 중앙에서 같이 정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이다”며 “기초단체장이 광역단체장한테 반역하고 대드는 것이 잘못이다. 광역단체장으로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지, 갈등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광역시 승격을 놓고 벌어진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22일에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당시 홍 지사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더 이상 창원시와 공동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안 시장을 겨냥해 “관권을 동원해 되지도 않는 광역시를 추진하려는 정치놀음을 하지 말고 시민을 위해 일하라”고 충고했다. “시장이 정신이 나가도 분수가 있지”라는 말도 했다. 당시 홍 지사가 창원시와 관계를 끊겠다고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창원시가 추진하는 로봇랜드 조성사업을 놓고 벌어진 경남도와 창원시의 이견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창원시가 추진하는 광역시 승격에 대한 홍지사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한달쯤 뒤 안상수 창원시장이 로봇랜드와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번 사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간부회의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 28일 홍 지사의 ‘반역’ 발언에 대해서는 아직 안 시장이나 창원시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일부 창원시 공무원들은 “‘반역’이나 ‘대든다’는 말은 자치단체장이 소속 공무원에게도 공개적으로 하기 힘든 말 아니냐”며 “이번 표현 수위는 지나친 감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지사와 안시장은 중앙 정치무대에 있을 때부터 오래된 앙숙이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격렬하게 다툰 것을 비롯해 감정의 골이 깊다. 나이는 안상수 시장이 8살 많고, 사법고시도 안 시장(17회)이 홍 지사(24회)보다 선배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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