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일이 걱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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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개헌특위가 공청회 운영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초장부터 난항이다. 28일 부산을 시발로 열릴 예정이던 지방공청회도 일단 무기연기 되었다.
문제는 공청회의 방청객 규모와 텔레비전의 중계방송을 어떻게 하느냐 다.『대 강당에서 하자』,『소 강당에서 하자』,『생중계로 하자』,『방송국 사정에 따라 하자』가 그 시비다.
공술인 문제에서도 또 대립이다.
여당 측은 『공술 인은 그 지역 주민이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지방에서의 공술인 선정에 따른 애로를 제시하면서 공술 인으로 누구를 선정하든 용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간을 다투어 개헌작업을 서둘러야 할 헌특에서「지엽말절」을 놓고 입씨름이나 벌이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청회를 여는 목적은 여-야 개헌안 내용과 취지를 국민들에 널리 알리고 그에 관한 국민여론을 들어 개헌심의에 참고로 삼자는 데 있다.
더욱이 개헌은 정당이나 정치인만의 독점적인 영역이 아니고 국민 모두의 이해가 걸린 국민적 관심사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이 문제에 관한 국민의 참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공청회는 공개 토론을 하는 자리인 만큼 분위기는 어떤 의견이라도 개진될 수 있게 자유로와 야하고 차분해야 함은 물론이다.
공청회의 과열분위기를 경계하고 장내 질서를 걱정하는 민정당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어느 쪽이든 공청회의 방청석을 의도적인 대중동원으로 분위기를 흐려 놓는 경우 진정한 민의 수렴에 차질이 생길 우려는 있다.
그러나 공청회 장소가 어차피 옥내로 한정된 이상 대강당이냐, 소 강당이냐를 놓고 시비하는 것은 공 당으로서 궁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백 명이면 질서유지가 가능하고 2천5백 명이 되면 질서유지가 어렵다는 말인가.
개헌안을 내놓은 정당의 입장에서 자당 안을 최대한 국민에게 알리는 장소로 공청회를 이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자당 안을 가장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펴 보일 공술 인을 내 보내고 싶을 것이다. 지역공청회의 특수성에 비추어 가능하면 그 지역사람으로 하면 좋지만 그것이 반드시 구비되어야 할 필수적 조건은 아니다.
가렴 지방자치제처럼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제라면 모른다.
그러나 개헌문제는 국민 모두의 공통적 관심사지 지역에 따라 이해가 갈리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공청회 실황을 현장에서 중계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개헌문제는 결국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이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국민들은 여-야의 개헌안에 대한 논란을 소상히 듣고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라디오나 TV의 생중계가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방송국 사정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긴 하나 어는 개헌이라는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중대사를 논의하는 일이라는 배려가 있음직하다. 몇 시간씩 계속되는 스포츠중계는 하면서 국가의 기본이 되는 헌법개정을 논의하는 현장을 외면한다면 공영방송의 도리가 아니다.
문제는 공영방송도 신뢰를 쌓아야 하지만 공술인의 공술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무든 절차에 관한 하찮은 문제를 놓고 초장부터 아옹다옹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합의개헌이란 국가 대사를 성취하겠다는 것인지 앞일이 걱정이다.
형식논리와 당리당략에 집착한 논쟁을 의한 논쟁은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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