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바이오 거품론’ 제기되나…1조 기술수출 발표 하루 만에 8500억 거래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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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주가가 하룻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30일 한미약품은 유가거래증권(코스피)에서 전일 대비 5.5% 오른 65만4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결국 전일 대비 18.1% 하락한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 주가가 급락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7월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7억3000만(약 8500억원) 달러 규모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이 깨졌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4시33분 로슈 자회사 제넥텍과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성사를 밝힌 지 불과 17시간 만의 일이다. 이때문에 상승세로 출발했던 한미약품 주가는 개장 후 1시간도 되지 않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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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포기한 내성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이다. 올무티닙은 폐암세포의 성장과 생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변이형 EGFR(표피 성장인자 수용체)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기존 치료제들의 내성과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표적 폐암신약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당시 총 계약규모만 7억3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한미약품이 최종적으로 손에 쥔 금액은 계약금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한 6500만 달러(약 718억원)에 불과하다.

한미약품이 7억3000만 달러를 다 받으려면 각 임상을 거쳐 실제 상용화돼야 하지만 베링거 측이 이를 중도에 포기한 탓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까지 올무티닙과 관련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성공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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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임상 실험을 중단한 이유는 경쟁약물로 평가받은 ‘타그리소’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티그리소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의약품 선진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한미약품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기술 수출에 있어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이라며 “약물 개발의 리스크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주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 바이오 투자 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미약품의 공시 시점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기술수출 계약 또는 해약 통지 등은 자율 공시 해당 사항으로 사건 발생 이후 익일까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이 28~29일 중, 베링거인겔하임의 해약 통지가 29~30일 중에 발생했다는 얘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베링거 측의 계약 해지를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 전에 통보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어제(29일) 저녁 7시에 베링거 인겔하임측으로부터 통보 받았고 오늘 아침 증권거래소에 관련 공시 서류를 준비해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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