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佛 집권당 '떳떳한 바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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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막을 내린 임시국회를 마지막으로 프랑스 정가가 기나긴 바캉스로 들어갔다.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썩 곱지 않은 것은 프랑스도 다를 게 없지만 적어도 올해만큼은 프랑스 정치인들이 떳떳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0월 2002~2003년 회기를 시작한 이후 43건의 국제 협약을 제외하고도 무려 56건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알찬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우파 정부가 같은 해 연임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첫해여서 더욱 바빴다.

장 프랑수아 코페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이 약속한 개혁 중 거의 모든 것이 한 해 동안 이뤄졌거나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연금제도 개혁을 비롯해 주당 35시간 근로제 완화, 해고 요건 완화, 지방 분권화, 공기업 민영화 등 각종 개혁 프로그램들을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1년에 한가지씩도 처리하기 어려운 굵직한 사안을 한꺼번에 해치운 것이다. 여기에 치안과 범죄 예방 대책 강화, 도로교통안전법 강화, 도시외곽 우범지역 재개발,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금지법 등 시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민생 관련 개혁도 보태졌다.

이같은 성과의 일등 공신은 라파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었다. 라파랭 총리는 일년 내내 국회를 집무실처럼 들락거려야 했다.

자파 의원들의 개혁 추진 작업을 독려하고 야당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라파랭 총리는 "(개혁을 방해하는) 사회주의자들 때문에 프랑스가 아직도 지옥"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저돌적 추진력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반대파들을 압도했다. 그는 66번의 회의 동안 68번이나 자진해서 답변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이 송곳같이 되돌아 오는 그의 대답이 두려워 그에게 질문을 꺼렸을 정도다.

프랑스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3년간 '열린 프랑스'를 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국민화합, 부의 창출, 유럽 확대 등 세가지 우선순위를 정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금까지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그다지 달성하기 어렵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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