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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등 신생대 화석 1300여 점 한국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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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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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원 일본 나가노현 고생물학박물관장이 기증한 털매머드 상아(왼쪽)와 어깨뼈. [사진 문화재청]

시리즈 5편까지 제작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약 2만년 전 빙하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다룬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캐릭터 중 하나가 매머드다. 어마어마한 덩치에 무시무시한 상아, 복슬복슬한 털, 존재 자체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올 만큼 인기가 높다. 반면 국내에는 관련 화석이 거의 없어 전문 연구가 미진했다.

박희원 나고야 고생물학박물관장
일본서 살며 모은 화석 한국에 기증

그 갈증을 풀어줄 매머드 화석이 대량 기증됐다. 일본 나가노(長野)현 고생물학박물관 박희원(69) 관장이 매머드를 비롯한 신생대 포유동물 화석 1300여 점을 문화재청에 내놓았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매머드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털매머드 피부조직과 털도 포함됐다. 두개골·이빨·견갑골·척추뼈·다리뼈 등 종류도 다양해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털매머드는 우리가 흔히 매머드로 부르는 것이다. 평균 높이 2.7m, 무게 4~6t으로 몸집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두꺼운 피부와 긴 털 덕분에 신생대 빙하기에 적응력이 뛰어났다. 메머드는 수렵 유목인의 으뜸가는 식량이었다. 한 마리를 사냥하면 약 25명이 한 달간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박 관장이 매머드 화석을 모은 사연도 재미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부동산 사업을 하던 그는 1989년 일본 NHK 다큐멘터리 ‘매머드의 묘지’를 우연히 보고 삶의 방향을 바꿨다. 도쿄 NHK본사를 찾아가 러시아 연구진을 소개받고 94년부터 3년간 시베리아에서 매머드 화석을 발굴했다. 27일 전화로 만난 그는 “이번 화석 표본이 한국의 어린이들이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할아버지·아버지 고향이 경북 김천입니다. 저는 나고야에서 태어났고요. 재일동포로서 그간 조국에 한 일이 없었죠. 이번에 제게 있는 모든 화석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증했습니다. 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에 전문연구진이 있어 선뜻 결정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발견된 매머드 화석은 2012년 전북 부안군 상왕등도 서쪽 해역에서 나온 이빨 두 개뿐이다. 북한에는 함경북도에 3곳의 털매머드 화석산지가 있다. 문화재연구소 임종덕 연구관은 “기증받은 화석을 보존 처리해 다음달 24일부터 대전 천연물기념센터에서 특별기획전을 연다”며 “첨단 증강현실을 적용해 1만년 전 생태계를 재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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