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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전주야행, 전주는 밤에 더 빛난다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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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유다성·임소희

폭염이 정점을 찍은 지난달 12일,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문화재 야행’이라는 이색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계속되는 더위에 지친 TONG청소년기자단 유일여고지부 3명이 학교 방학 보충 수업을 마친 후 한옥마을로 향했습니다.

한옥마을에 도착한 오후 4시는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이었습니다. 때마침 경기전 앞에서 받은 팸플릿 안에서 스탬프 투어를 발견한 저희는 스탬프 투어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스탬프를 받아야 하는 장소는 모두 7곳으로, 팸플릿 속의 지도와 곳곳에 있는 안내소의 도움을 받아 7곳에 모두 무사히 들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먹거리가 가득한 큰길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상품을 내놓은 골목길의 숨은 가게들을 만나 볼 수 있었죠. 찜통 같은 더위에 넓은 한옥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일품이었어요. 9월 30일-10월 1일 두 번째로 열리는 전주야행에 가는 분들은 더 즐겁게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찜통더위는 벗어났으니까요!

스탬프 투어를 마치고 받은 경품! 바로 보조배터리입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열어봤는데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예쁘고 깔끔했씁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에도 연결할 수 있답니다. 더위 속에서 걸어다닌 보람이 있었답니다.

경기전 종합안내소에서 보조배터리를 받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곧 시작할 강강술래 플래시몹을 위해 모여 있던 것이었어요. 전주야행 속 강강술래 플래시몹은 흔히 아는 강강술래와는 달리 큰 원과 작은 원이 교차하면서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주었고, 조를 나누어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피어나는 꽃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후에 다 같이 즐기며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는데, 영상을 찍고 있지 않았다면 같이 어울리고 싶을 정도로 흥이 흘러넘쳤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국경까지 초월해서 모두 즐겁게 뛰노는 모습은 진정한 축제의 장 같았죠!

오후 5시가 넘어가자 한옥마을 곳곳에서는 국악 버스킹이 열렸습니다. 국악 버스킹은 전주야행의 한 프로젝트로, 오랜 시간 동안 개방된 곳에서 진행되는 만큼 공연 소식을 몰랐던 관광객이 관람하기에도 적합했습니다. 국악 버스킹 중 타악 공연 현장에서 만난 이정원(22, 한양대 에리카 풍물패)씨는 “한옥마을에 와서 한옥을 구경하는 등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런 버스킹에 관객이 참여할 수도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가 진 후 진행된 일부 버스킹에서는 조명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경기전 안에서는 ‘달빛차회’라는 이름으로 다도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깔린 돗자리 위에서 한복을 입은 팽주들이 관람객을 기다리며 차를 준비했습니다. 계속 걸어 다니느라 지친 저희도 다도 체험을 해보았는데요, 그곳에서 마신 청차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차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예절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전주야행에 가시는 분들께도 강추합니다! 이러한 체험을 즐기면서 차에 대한 인식은 물론 한옥마을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도 체험 후 만난 박다영 씨(20세)는 “‘차’라는 게 그냥 가볍게 즐기는 음료였는데, 형식과 예절을 갖추고 마시니까 훨씬 감명 깊었다”며 다도 체험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드러냈습니다.

한옥마을 외곽의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무형유산한마당이 펼쳐졌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줄타기와 그림자 오케스트라를 보고 왔는데요,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색다른 공연이라 정말 재밌게 관람했습니다. 줄타기는 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번 입에서 ‘헉’ 소리가 나오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줄 위에서 큰 부채를 펴고 두 발로 걸어가는 모습에 심장이 쫄깃해졌답니다. 줄타기 이후 관람한 그림자 오케스트라는 그림자놀이에 더해진 오케스트라로 인해 더욱 풍성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림자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다산 정약용 선생 또한 그림자놀이를 즐겼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인터뷰 - 문윤걸 전주야행추진단 단장

-전주야행추진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전주야행추진단은 전주 최고의 문화 전문 인력들이 전주야행을 수행하기 위해 임시로 설립한 전문 기구예요. 저는 그 대표를 맡고 있고요. 제가 본업은 예원예술대학교에서 문화 기획·행사·문화산업·마케팅 등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많은 지역의 야행 중 전주 야행만의 특색이 무엇일까요.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전주 지역의 무형문화와 결합해 드러내려고 한 게 특징적이에요. 가령 전동성당은 젊은이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한국 천주교의 순교사가 잘 녹아있는 곳이거든요. 우리는 이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신앙인들의 믿음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성 음악 연주회를 기획했죠. 또 오목대가 유명해진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요.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에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오목대에 와서 승전 잔치를 하면서 그곳에서 시를 한 수 읊었어요. 중국의 시인데, 그걸 통해 나라를 제패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그 공간에서 문학 속에 담겨 있는 문화재를 읽고 낭송하고 낭독하는 행사를 진행했죠. 이렇게 문화재의 특성과 전주 지역에서 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잘 결합한 것이 전주야행만의 특색이라고 봅니다."

-전주 야행을 기획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전주는 한옥마을에서 행사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문화 유적이나 문화재 등에서 행사를 치를 때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게 아니라 유적을 내 행사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으로만 쓴단 말이에요. 저는 문화재가 주인공이니 문화재가 가장 돋보이도록 행사를 하는 데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각 문화재의 특징과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 그리고 우리가 이 문화재를 왜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문화재를 미래의 유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프로그램으로 구축하는 게 이번 행사에서 저희가 제일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에요."

-기획 과정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각 문화재에서 펼쳐지는 행사가 다 기대됐어요. 전동성당에서 했던 성음악연주회, 경기전 달빛차회 등이요. 이런 프로그램이 그 문화재를 잘 설명한다는 걸 그곳에 온 관광객들이 이해해 주기를 가장 기대했죠. 전주 한옥마을에 1년에 10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오는데, 이 사람들이 돌아가서 한옥마을이 어떤 곳이라고 설명을 하잖아요. 자기가 찍은 사진이나 블로그 같은 걸로요. 그런데 한옥마을을 다녀간 많은 사람이 남겨놓은 글을 보면 주로 먹거리예요. 하지만 한옥마을의 특징은 그게 아니잖아요. 한옥마을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만한 많은 문화재가 있고, 전주 1000년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전주야행 기간에 다녀가신 분들은 블로그를 먹방으로만 꾸미지 말고, 전주 한옥마을이 품고 있는 역사나 전통 등의 의미들로 꾸밀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기대하고 있는 이 행사의 가장 큰 목표예요."

-전주 야행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는 뭔가요.
"전주에는 국가가 보존하고 지키는 문화재들이 많아요. ‘이 문화재들을 도대체 왜 나라가 비싼 돈을 들여서 이렇게 열심히 지킬까?’, ‘전주 사람들은 이 문화재들을 왜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행사를 통해 찾아보면 마치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재미있을 거예요. 그리고 야간에 하는 행사기 때문에 조명이나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생 샷 하나쯤은 남기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것 하기도 좋은 곳이고요."

-이번 행사 진행 후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첫 행사라 아쉬웠던 점도 많이 있죠. 아쉬운 점, 부족한 점 등을 점검해서 이 행사를 점점 더 완성형 행사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가장 큰 아쉬움은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이 행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가치가 많은 분에게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은 것이에요. 9월 30일과 10월 1일 행사에서는 문화재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라든지 행사의 의미 등을 더 친절히 안내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두번째 전주야행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아마 교체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프로그램도 들어올 것 같고요. 그리고 9월 말에는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전주야행과 동시에 열려요. 조건이 또 달라지죠. 달라지는 조건 속에 일부 프로그램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날이 저물고 어둠이 찾아온 전주 한옥마을에서 문화재와 함께 하는 ‘전주야행’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 같은데요. 9월 30일-10월 1일에 전주야행이 두 번째로 진행됩니다. 이 기간에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하여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관람하며 재미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박진솔(유일여고 1)·유다성·임소희(유일여고 2), 사진=임소희, 영상촬영=유다성·임소희, 영상편집=임소희 TONG청소년기자
영상도움=양리혜 기자 yang.ro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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