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랫배 부쩍 나왔다면 자궁 이상 의심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8호 24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미혼 여성 이모(35)씨는 최근 들어 아랫배가 부쩍 나왔다. 주변에서 혹시 임신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때마다 농담으로 넘기고 단순히 뱃살이 찐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나 싶어 가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산부인과 진료를 권유받은 이씨는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에 거대한 근종이 발견됐다. MRI 검사를 해보니 근종 길이가 32cm나 됐다.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 같은 최소 절개수술은 할 수가 없어 개복수술을 받았다. 근종 절제를 하고 나서 자궁을 보존하는 수술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수술이 끝난 뒤 확인한 근종의 무게는 무려 9.8kg이었다. 미혼이라 자궁질환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안 했던 이씨는 산부인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흔하게 생기는 양성종양이다. 가임기 여성의 20~30%,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발생한다. 자궁근종은 자궁 바깥쪽부터 위치에 따라 장막 하 근종, 근층 내 근종, 점막 하 근종으로 나뉜다. 크기는 현미경으로 식별 가능한 크기부터 거대종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크기와 위치에 따라 월경과다·월경통·골반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정상 자궁출혈이나 월경과다로 인한 빈혈은 자궁근종 환자가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자궁근종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아무 증상이 없다. 이씨처럼 임신부로 오해할 정도의 거대한 근종으로 자랄 때까지 방치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근종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나이가 많거나 과체중일수록 발생률이 높아진다. 유전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자궁근종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수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근종 환자수는 2011년 26만3874명에서 2015년 30만6469명으로 4년 새 16.1% 증가했다. 2015년 기준 40대가 46.2%로 가장 많았고 50대 26.5%, 30대 18.6%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늦은 결혼과 출산기피 현상으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기간이 늘어나다보니 자궁근종의 발생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크기가 커지는 질환이다. 초경 이전에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가임기 여성에게 근종이 있으면 계속 커지기 쉽다. 폐경이 되면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정도로 커져도 그저 살이 찐 것으로 생각하고 다이어트에만 열중하기 쉽다. 특히 미혼 여성은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는 데다 근종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근종이 자라면서 자궁도 함께 커지면 방광이나 직장을 눌러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방광염이나 변비로 여기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근종이 자란 뒤에야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도 많다. 자궁근종으로 인한 뚜렷한 증상이 없어 근종이 상당히 커진 뒤 발견하게 되면 자궁 내강이 변형되기도 한다. 이는 착상을 방해해 난임이 될 수도 있다.


자궁근종을 진단할 때 가장 보편적인 검사는 골반 초음파 검사다. 좀더 자세한 결과를 보려면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이용한다. CT검사는 MRI검사와 비교해 해상도와 연부(軟部) 조직 비교에 제한점이 있고 미량이나마 방사선 피폭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MRI검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MRI검사는 수술 전 계획을 세우고 내과적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볼 때도 효과적이다.


다행히 자궁근종이 악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0.2~2%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증상이 없으면 치료를 하지 않고 예후를 관찰하기도 한다.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빈혈을 유발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 ▶심한 생리통이나 성교통 ▶하복부 압박감이나 만성 또는 급성 통증 ▶요로 압박으로 소변이 정체돼 수신증(水腎症)이 생긴 경우 ▶방광 압박으로 인한 빈뇨 증상 ▶난임의 유일한 원인으로 판단되는 경우 ▶자궁 내강 변형으로 반복된 유산 ▶악성 종양으로 의심되는 경우 ▶폐경 후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자궁근종 치료는 근종의 위치와 증상, 향후 임신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법은 크게 수술적 치료, 비수술적 시술, 약물 치료 등으로 구분된다. 수술은 임신계획이 없을 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전자궁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자궁 보존을 원할 때는 자궁근종절제술을 선택한다. 수술 방법은 다양하다. 중증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혹은 로봇수술을 택할 수 있다. 점막 하 자궁근종을 절제할 때는 자궁 내시경을 이용한다.


약물 치료는 수술을 원하지 않을 때 고려할 수 있지만 근종이 재발할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약물 치료로 자궁근종의 부피를 40~60% 가량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 정도는 치료 중단 뒤 근종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완치 목적보다는 수술 전 근종 크기를 감소시키거나 빈혈 교정이 필요한 경우, 폐경에 가까운 여성이나 수술이 곤란한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비수술적 시술은 자궁동맥색전술·자궁근종용해술·고강도초음파집속술(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HIFU) 등이 있다. 자궁동맥색전술은 근종과 연결된 자궁동맥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자궁근종용해술과 고강도초음파집속술은 각각 고주파에너지와 고강도초음파를 이용해 근종을 괴사시킨다. 이런 시술은 임신계획이 없는 여성에게 적합하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제시한 진료지침에 따르면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고강도초음파집속술 시술은 가임력과 임신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다.


자궁근종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무조건 난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종의 위치나 크기, 증상 등이 임신에 영향을 준다. 가임력을 보존하려면 조기에 발견해 제때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혼 여성이라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미란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