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발사·미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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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의 이발 및 미용분야는 편의봉사의 한 형태이며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에 적합한 문화생활을 주민들이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주민들의 머리모양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손질해 사회주의적 인간으로서의 문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는 인민봉사총국 산하 각 시· 군의 편의봉사관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발소와 미용원이 리, 동마다 1개씩 있으며 각각의 이발소와 미용원에는 보통 3∼4명, 큰 곳은 10여명 정도의 이발사와 미용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발소와 미용원은 일주일에 6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9시간) 영업을 하며 매주 수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이발소의 종류에는 일반이발소, 고급이발소, 아동이발소가 있는데 일반이발소에서는 본인이 머리를 감으면 요금은 1원(미화 1불), 고급이발소에서는 이발사가 머리를 감겨주고 화장품을 발라주는데 2∼3원이다.

이발소에 가지ㅍ않고 종합시장에서 개인영업하는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을 경우 이발료가 일반이발소보다 다소 싼 50∼70전이어서 최근에는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이 미용원에 가서 머리손질을 하는 경우 주로 커트는 3원, 파마는 5원으로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만 미용원에서 커트와 파마를 하며, 다수는 종합시장에서 파마약을 직접 구입해 이웃 여성들과 서로 파마를 해 주곤 한다. 성인남성의 경우 대체로 2개월에 1번씩 이발을 하는데 최근에는 실직 등으로 집에서 머리를 깎는 주민들이 늘어나 문을 닫는 이발소가 늘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창광원, 문수원 등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미용실이 있으며, 이발소는 주민편의시설로서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게 교양실, 대기실, 작업실, 세면장, 건조실 등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창광원 미용실은 서울 강남의 고급헤어숍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50여명의 미용사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광원의 유명 미용사 김영순(52)씨는 최근 조신신보(7.2)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기는 파마를 해도 일률적으로 진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엔 다르다"며 "유행형이란 특별히 없고 젊은 세대들 대부분 앞머리만 가볍게 파마하며 나이든 세대들은 조발·파마에 구애됨이 없이 세련되고 더 젊게 보이는 머리모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발사와 미용사는 중학교 졸업생이나 기타 기업소 등에서 추천 받은 사람들 중에서 각 시, 군별로 1년에 1회 이상 이발강습소와 미용강습소에서 교육을 통하여 양성되며, 미용자격을 획득하게 되면 거주지역의 노동과에서 직장배치를 해준다. 이발사와 미용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양호한 편이며 오랫동안 복무하면 '인민의 봉사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미용사와 이발사들은 매년 9월 평양에서 "전국 이발 및 미용부문경기"를 펼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위에 입상한 원정희(56)씨는 북한의 최고미용사로 알려졌다. 가장 높은 수준이 높은 미용기술인 '고3급' 소유자이며, '공훈미용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같은 명성 덕분에 대동강구역과 평양시의 '미용기술전습강습소'에 초빙돼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또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모아 『미용사와 머리단장』, 『부인머리단장』 등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통일문화연구소 엄경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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