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왜 양담배가 안 팔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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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 최철주 특파원】미국은 지난 16년 동안 무역마찰을 둘러싸고 일본에 보복위협을 되풀이했지만 태반은 성과 없이 끝났다. 담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6년부터 담배수입을 개방한 일본에서 외제 담배는 여전히 인기를 끌지 못하고있다.
작년도 외제담배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미정부가 작년 말에 통상 법 3백1조를 발동, 외제 담배에 대한 일본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을 철폐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을까.
오래 전부터 시장을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제담배가 일본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는데는 한국이 배워야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아무리 시달림을 받더라도 경제방식이 국민에게 유리하게, 또 큰 충격 없이 전개되도록 서서히 전환시켜 가는 능력을 가졌으며 관료들에게 그럴만한 권한이 주어졌다. 국내 담배산업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보이지 않는 보호법을 만들어 방패막이로 버텨 주었다.
개방이후 외제담배의 관세율은 최초 3백50%에서부터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평균20%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시장의 잠식을 우려하여 관세율을 탄력성 있게 조정해놨다.
가격정책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담배 소매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산담배의 마진률은 10%인데 비해 외제담배는 8·5%다. 그러니 소매상들이 잘 말리지도 않는 외제담배를 구태여 가게에 진열할 이유가 없다.
국산담배는 대부분 한 갑에 2백 20엔인데 비해 양담배는60엔이 더 비싼 2백 80엔 짜리가 많다.
국산담배의 품질이 좋으니 양담배를 찾는 애연가들이 드물 수밖에 없다. 국산 담배 가운데 타르성분이 적은 마일드 세븐이 시장의 42%를 점하고있다.
외국기업들은 일본애연가들의 구미에 맞는 담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태인데다 일본인들이 체질적으로 국산 담배만을 찾아 양담배가 발을 붙이기 쉽지 않다.
일 전매공사는 작년4월 담배 산업(주)으로 민영화된 뒤에도 국산담배가 우위를 차지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전국의 담배소매점은 26만여 군데. 이중 외제담배 취급소는 12만 군데이나 외제담배를 꼭 팔고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 밀집지역에 설치된 담배 자동판매기에는 외제가 늘「품절」인 경우가 많으며 담배 가게에도 「켄트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의 필립모리스사와 레널즈사 및 브라운 앤드 윌리엄즈사가 일본의 시장규제가 너무하지 않느냐고 핏대를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전매공사를 민영화하면서 그 동안 공사가 쥐고 있었던 외제 담배수입권 및 판매권을 일반기업들에 넘겨주었다. 「켄트」뿐 아니라 「솔」과 「거북선」도 포함, 외제담배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40개 사. 등록제에 의해 정부로부터 수입허가를 받고있다.
작년4월부터 금년까지 1년 동안 소비된 총3천5백억 개비 중 양담배는 2.4%에 해당하는 84억 개비다.
한해전의 2.1%에 비해 약간 늘었다.
일본에 수입된 양담배는 순한 담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켄트는 약세. 주요 수입상대국은 미·영·네덜란드·불·서독 순이다.
미 기업들은 일 담배시장이 자유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라는 점에서 군침을 흘렸으나 막상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있지 못한데 실망하고 있으며 ①모든 담배 판매점에서 수입품을 팔게 할 것 ②가격결정방식을 시정할 것 ③광고선전활동의 제한을 철폐할 것 등을 요구하며 정부를 앞세워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 통상대표부(USTR)가 총대를 메고 나서「유통자유화」「광고 무차별화」를 요구하고있으나 일 정부는 산업 정책상, 특히 농업정책을 이유로 방패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담배의 국내시장을 지킨다는 점에서 일본은 정부도 강하고 애연가들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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