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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송재정 작가 "강철이 죽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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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정 작가

한효주씨에게 빚을 많이 진 기분이에요. 언젠가는 꼭 갚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W-두 개의 세계’의 송재정 작가가 20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한효주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W’는 현실 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W’에 빨려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만나 사랑이 싹트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다. 현실과 웹툰 세계를 넘나드는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았다.

송 작가는 “평범한 여자가 웹툰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와 창조주와 피조물의 대립을 다루다 보니 오연주가 혼란이 심했고 감정 표현도 어려웠다. 엔딩이 어떻게 나도 오연주가 소모적인 희생자 같은 느낌이 들어 굉장히 미안했다”고 밝혔다.

배우 이종석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송 작가는 “이종석 씨는 일단 ‘만화책처럼’ 생겨서 드라마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강철이 굉장히 노숙하고 질문도, 의문도 없는 초인 같은 캐릭터다. 갈수록 연기가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아줘서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의견이 분분했던 엔딩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엔딩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작품을 볼 때도 엔딩에 관심 가진 적이 없어요. 엔딩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해피엔딩이 될 거라는 암시 정도만 보여줬는데, 실은 강철이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송 작가는 'W' 이전에 ‘인형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등 ‘차원 이동’ 소재의 드라마 대본을 썼다. 그 전에는 ‘순풍산부인과’(1998~2000),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2002),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등 인기 시트콤의 대본을 집필했다. 그는 “시트콤에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를 하기 시작했다"며 "특이한 것 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극적인 전개가 가능한 '차원 이동' 소재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차원 이동에 대한 또 다른 아이템이 있지만, 너무 어두워서 당장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상력 근원을 묻는 질문에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잡다한 것들이 모여 융합되는 것 같다”며 “잡지를 보다가, TV를 보다가, 그림을 보다가 티끌이 모아져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난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최종회 방영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W' 1~15회 대본을 온라인에 공개해 화제를 낳았다. 이에 대해서는 “‘W’는 ‘매개물’이 아닌 ‘인지’를 통해 차원을 이동하는 새로운 실험을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 힘들었겠단 생각에 대본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은 누구든지 볼 수 있는데 대본은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 대본은 앞으로도 공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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