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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플래그십 스토어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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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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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의 강남 플래그십 매장. [사진 각 업체]

Q. 얼마 전 서울 강남역에 있는 카카오프렌즈샵에 다녀왔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이더군요. 같이 간 친구가 이런 매장을 ‘캐릭터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한다던데요. 플래그십 스토어는 원래 해외 명품을 파는 곳 아닌가요?

기업이 브랜드·상품 알리기 위해 만든 대표 매장이죠

A. 틴틴 여러분,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을 말합니다. 플래그십스토어의 ‘플래그십(Flagship)’은 해군 함대의 기함, 즉 사령부가 설치된 군함을 의미합니다. 선단에서 지휘관의 계급을 나타내는 깃발을 달고 나머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배를 지칭하는데, 기업들의 주력 상품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어요. 이 단어에서 유래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스토어)에 깃발(플래그)을 꽂는다는 의미죠.

플래그십은 사령부 설치된 군함 의미
넓은 공간, 개성 살린 인테리어 특징
주요 도시에 매장 계획한 명품기업
시장조사차 안테나숍 만든 게 시초

플래그십 스토어는 1990년대 후반 기업들의 마케팅 무게 중심이 제품에서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어요. 해외 명품기업들이 실제 매장을 열기 전 시장 조사를 위해 세계 주요 도시에 만든 안테나숍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죠. 명품기업들은 안테나숍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테스트해 보고 시장의 흐름을 분석한 후 매장을 오픈하는데요. 플래그십 스토어는 안테나숍의 이런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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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에 실린 이정교(54) 홍익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의 ‘패션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간디자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플래그십 스토어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체험하게끔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경건한 분위기의 스토어(Sacred Store)’ 유형과 ‘라이프스타일 스토어(Lifestyle Store)’ 유형으로 분류돼요. 또한 기업들이 구축하는 성향에 따라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 유형과 ‘마켓스케이프(Marketscape)’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꼭 한 가지 유형만이 아닌 복합적인 형태로 존재합니다.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건한 스토어를 볼까요. 미국 뉴욕의 꼼데가르송 매장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비밀의 방 같은 분위기 연출로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자긍심을 자극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는 가장 흔한데요. 집처럼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랫동안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마인드스케이프는 브랜드의 본질과 성격, 전통을 강조하는 형태에요. 루이비통·샤넬·구찌·크리스찬 디올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들이 추구하는 유형입니다. 마켓스케이프는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매장을 연출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반 매장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주 목적인 만큼 넓은 공간과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인테리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고객들의 다양한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체험 마케팅의 대표적인 공간인데요. 지금까지는 건물이나 인테리어 등 시각적인 요소가 강조됐지만, 요즘에는 촉각·후각·청각을 포함해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마련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필립 코틀러 교수(Philip Kotler)는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 구축에 달려 있으며, 브랜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 자체로 브랜드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일반 매장에 비해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기업들이 앞 다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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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석·시계 브랜드 ‘까르띠에’가 만든 ‘까르띠에 메종 청담’(사진 왼쪽),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오른쪽). [사진 각 업체]

특히 고가의 명품 브랜드는 이 기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 건축가 및 디자이너와 협업하기도 하고, 브랜드의 역사와 관련 있는 유서 깊은 물품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끌어들이기도 하는데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와 협업한 프라다 매장이나, 까르띠에가 청담 매장 오픈을 기념해 유럽 왕실의 귀중품을 선보인 로열 컬렉션 전시가 좋은 사례입니다. 아울러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객에게 트렌드를 제시하는 공간이자,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신제품 출시 행사, 한정판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반응을 점검합니다.

올 초 오메가를 시작으로 까르띠에·겐조·미우미우·MCM·칼 라거펠트 등이 독특한 콘셉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국내에 선보였어요. 샤넬 역시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2018년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명품 업체들의 연이은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배경에는 한국 시장의 달라진 위상이 한몫하고 있는데요. 최고의 입지에 많은 비용을 들여 매장을 여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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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꼬달리’의 이태원 부티크 스파(사진 왼쪽), 캐나다 스포츠웨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의 압구정 플래그십 매장(오른쪽). [사진 각 업체]

스포츠 의류업계도 플래그십 스토어 경쟁에 가세하고 있는데요. 캐나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 애슬레티카가 아시아 최초 단독 매장을 압구정동에 연 데 이어 내년 초에는 미국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 언더아머가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뷰티업체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도산공원 부근에 단독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 꼬달리는 이태원에 와인바와 스파가 결합된 매장을 선보였어요. 또 미국 헤어&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티지는 청담 사거리에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콘셉트 매장을 열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요즘 가구·가전·식품 같은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샘·일룸·해스텐스·까사미아 같은 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 삼성전자·캐논·뱅앤올룹슨·아이리버 같은 전자기기 브랜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었답니다. CJ푸드빌·조니워커·트레져러 런던·네스프레소 같은 기호식품 브랜드, 카카오프렌즈·라인프렌즈 같은 캐릭터 브랜드가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 목록에 이름을 올렸어요.

KT와 SKT도 각각 올레 스퀘어와 티월드 멀티미디어를 열면서 통신 분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도입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코리아가 서울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화제가 됐어요. 금융 분야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등장했는데요. 우리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은 VVIP를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강남과 명동에 각각 열며 금융 분야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는 지역도 다채롭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몰리는 주요 상권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짓기에 알맞은 입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 청담동을 비롯해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와 가로수길·강남역·논현동·압구정동·한남동·삼성동·명동·신촌·홍대에 이들 플래그십 스토어가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판교와 분당, 지방에서는 대구 동성로와 부산 광복동이 플래그십 스토어 입지에 유리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이와 함께 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도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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