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15)맹물(위약)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약이란 누가 처방했느냐에 따라 효력에 차이가 난다. 같은 약이라도 믿는 의사한테서 받게되면 약은 원래의 과학적인 약효이외에 『이 약이면 틀림없겠지』하는 믿음이 가중되어 병이 더 잘 낫는다.
맹물을 병에 넣거나, 또는 밀가루를 캡슐에 넣어 약이라고 주어도 환자가 믿음을 갖고 복용해 나았다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가짜 약, 또는 질병에 맞지 않는 약을 의사가 효험 있는 것처럼 믿게 하여 주었을 때 환자가 효험을 보는 것을 「맹물효과」, 또는 「위약효과」라 하는데 이는 실제 자주 있는 현상이다.
이런 가짜 약이 잘 듣는 질환이나 증상은 두통·기침·감기·구역질·배 멀미·당뇨병에서의 혈당조절·위궤양·십이지장궤양·천식·수술후의 동통·류머티스양 관절염·근육이완·불안·우울증 등이다. 특히 스트레스와 동통이 심한 환자일수록 더 잘 듣는다.
그렇다면 위약효과는 어떤 사람들에게 잘 나타나는가. 대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피암시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그리고 특히 처음 2주일이 더 그렇다. ②환자가 의사나 병원을 신임하면 신임할수록 잘 나타난다. ③한번 약을 먹어 그 때문에 병이 나은 경험자일수록 조건 반사적으로 효과를 본다.
또 같은 가짜 약이라도 다루는데 따라서 효과가 다른데, 대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영향을 준다.
①맛없는 약보다 쓴 맛 나는 약이, 무색보다는 요란한 색을 입힌 약이, 알이 작은 것보다는 큰 알약이, 또는 아주 작은 알맹이 약이, 그리고 먹는 약보다는 주사약이 위약효과가 더 크다.
②환자가 긴장을 느끼는 시끄럽거나 번잡한 분위기에서 줄 때는 위약효과가 작다. 반면 주위에서 약효를 높이 칭송하는 환경에서 받는 약은 위약효과가 크다.
③평소 약효를 신봉하는 의사가 주는 위약은 효과가 크다.
④위약효과는 남자에게서 더 크고, 진짜 약의 효과는 여자에게서 더 크다. 위약효과는 기혼자·과부·홀아비보다 이혼·별거자에게서 더 크다. 또 평소에도 약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위약효과가 크다.
⑤평소 몸 걱정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병에 걸렀을 때에 위약효과가 크다.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미숙한 사람·수동적인 사람·지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잘 듣는다.
때로는 가짜 약을 써도 더러는 어지러움·쇠약감·피로·두통·불안·변비·헛구역질·식욕상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