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부터 치즈케이크까지…명절 차례상이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과일, 차, 떡으로 차려진 장희창 교수의 차례상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번 추석 차례상에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드시던 치킨을 올렸습니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도 퍽퍽한 백숙보다 치킨이 훨씬 맛있다며 좋아하던데요.”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영환(61)씨는 지난 추석에 차례음식을 집에서 모두 직접 만드는 대신 시장에서 치킨을 사다 올렸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등에 맞춰 전통음식으로만 차려내던 차례상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김씨처럼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올린 집도 있고, 쿠키나 메론처럼 자손들 입맛에 맞춘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미(38)씨는 올 추석 차례상에 직접 만든 치즈케이크와 쿠키를 올렸다. 정씨는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케이크와 쿠키를 무척 좋아하셨다”면서 “명절과 제사 때마다 함께 모여 케이크와 쿠키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가족에겐 이제 뜻 깊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치즈케이크가 올라간 정미씨의 추석 차례상

그런가하면 조상에 대한 예의는 갖추되 음식은 최대한 간소화한 ‘미니 차례상’도 눈에 띈다. 전·고기·송편·나물무침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수십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정갈하게 간소화한 방식이다. 장희창 동의대 교수는 3가지 종류의 과일(사과·배·멜론)와 떡, 그리고 차(茶)로 추석 차례상을 마련했다. ‘차(茶)를 올릴 때의 예절’이라는 차례(茶禮)의 본뜻에 충실하게 술 대신 맑은 차를 준비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차례상 문화에 대해 성균관의 박광영 의례부장은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등은 내려오는 관습일 뿐"이라며 "이를 하나의 법칙으로 여기고 고집하는 대신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