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대로 땅값 10배 튀겨 32억원어치 사기친 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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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 부풀린 땅값을 담보로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로부터 수십억원의 물품을 공급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부동산 감정평가서를 위조해 대기업 계열사인 L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2012년 7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부탄가스·고무장갑 등 32억 원어치의 물품을 받아 되판 혐의(사기 등)로 생활용품점 사장 김모(58)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L사 영업팀 이모(46) 전 대리 등 6명은 이들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빚이 많아 정상적인 신용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아들 김모(34)씨, 지인 이모(64)씨와 짜고 다른 사람의 땅을 담보로 물품을 선지급 받기로 했다. 김씨는 경기 안성에 있는 다른 사람의 땅 1만8180㎡(5500평)를 L사에 담보로 잡혔다. 땅 주인에게는 “땅을 담보로 제공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땅은 실제 담보 가치는 6000여만원이었지만, 감정평가서를 위조해 담보 가치를 6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경찰은 L사 영업팀 대리로 일하던 이씨가 감정평가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면서도 영업 실적을 높이려고 눈감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일당은 L사에 물품 대금을 간간이 입금하며 안심시키는 방식으로 2년간 32억 상당의 물품을 지급받아 마진을 챙겼다. 그러던 중 김씨가 12억여원의 물품 대금 지금을 계속 미루면서 L사가 김씨 일당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범죄 혐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경기 일산의 다른 부동산도 시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감정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비춰 감정평가사도 범행이 공모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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