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 오늘밤 중국·러시아 상대로 대북압박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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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외교부 장관) [중앙포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차례로 전화통화를 하고 지난 9일 실시한 북한의 5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협의한다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말했다. 조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결의를 신속하게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 중점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여러가지 국제적인 압박 제고 차원에서 종합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당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15분 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통화는 5차핵실험 나흘만에 이뤄지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한 중국과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협력과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중이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하고 강력한 대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아픈 곳'을 찾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장관의 전화통화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따라 대북 제재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밤 윤 장관의 통화가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도 러시아가 수위조절을 요구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핵실험(1월 6일) 57일 만에 대북제재 2270호가 채택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에게 사드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오늘 외교라인간 통화에서 어디까지 언급될지 모르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사드에 대한 거부감을 떨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장관은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일정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제71차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조 대변인은 "윤 장관은 유엔총회 기조연설,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외교장관회의 기조연설 등 주요 계기에 북한의 도발 행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해 주요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개최해 북핵 대응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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