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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광인 빗댄 박 대통령 “북핵 대응 완전히 달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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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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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해병대 2사단 청룡부대를 방문해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오른쪽은 포병대대 대대장 주성준 중령. [사진 국무총리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추석 연휴(14~18일) 직후에 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인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맞아 주요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담 시점을 12일로 당긴 것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안보상황이 벼랑 끝에 섰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평소 절제된 언어 대신 이례적 표현
청와대 “어떤 기대도 대화도 접었다”

박 대통령의 안보 인식은 지난 9일 밤 열린 안보상황 점검회의 모두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 “김정은의 광적인 핵실험 감행”이라고 말했다. 평소 표현이 절제된 편인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지칭할 때 ‘위원장’ 직함을 달거나 ‘북한의 지도자’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광인(狂人)에 비유하는 수준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도 접었다는 것이며 앞으로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게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5차 핵실험으로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회의에서 “이제 북한의 핵 위협은 우리에게 급박하게 닥친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응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이 사실상 ‘국가비상사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9일 회의에서 “앞으로 국가비상체제와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상시비상체제를 유지하고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외교·군사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군사적 대응방침까지 시사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다른 참모는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의 안보 국론 분열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그동안 야권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머잖아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계속 그런 논란이 이어지는 건 국가 안보에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2일 여야 대표들에게도 이 같은 인식을 밝히면서 초당적 안보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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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큰 틀의 북핵 문제에 대해선 협조하겠지만 국내 문제에서 따질 건 따지겠다는 자세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일부 최고위원이 여의도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청와대 회동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며 “민생경제 문제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가시적인 대책을 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와 관련해선 “내일 당장 우리의 입장을 얘기할 자리는 아니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회담에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를 거론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거론할 거란) 그 예상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하·이지상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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