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패션 황제, 빌 게이츠 제치고 최고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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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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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左), 빌 게이츠(右)

세계 어디를 가나 맛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맥도날드라면 가장 손쉽게 마주할 수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자라(ZARA)’다. 자라는 1975년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출발해 지금은 88개국으로 진출했다. 전세계 7013여 개 매장에서 매장별로 한 해 동안 2만여 종의 옷을 선보인다. 2주에 한 번씩 매장 물건의 70%를 교체한다.

국왕 초청 자리도 안 가는 인물
자라 창업자 오르테가 795억 달러

자라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80) 인디텍스 그룹 회장이 순자산 795억 달러(86조7000억원)로 세계 부자 1위에 올랐다고 8일(현지시간) 포브스닷컴이 전했다. 2위로 밀려난 빌 게이츠(60)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의 순 자산은 785억 달러(85조6000억원)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르테가 회장이 정보통신(IT) 거물 게이츠와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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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오르테가 회장이 언론 인터뷰나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칠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공적인 장소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1999년 이후 자신의 사진을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스페인 국왕이 부르는 자리나 스페인 총리가 자국 20대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도 불참했다. 그는 2011년 초 부회장으로 있던 파블로 이슬라 CEO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때도 그는 화려한 퇴임식 대신 주주와 직원들에게 메모 한 장을 남기고 떠났다.

오르테가가 이런 은둔생활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라의 성공이 단순히 자신의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사철 내내 파란 블레이저(자켓)에 하얀 셔츠, 회색 바지를 입고 출퇴근하면서 직원들과 소통에 집중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노력과 헌신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일 뿐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한 오르테가 회장의 경영 방식이 자라 성장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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