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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그 상, 네가 양보해라” 고득점자 학생부 몰아주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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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리혜 기자]

[사진=양리혜 기자]

명문대 진학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한 광주의 고등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성적과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등)로 광주광역시 모 사립 고등학교 교장 A씨(62), 교사 B씨(39)와 C씨(34) 등 3명을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관계 기사]:광주 사립고 교장이 학생 성적·생활기록부 조작(http:www.joongang.co.kr/article/20567538)

하지만 나이스 조작 이전에 성적 높은 학생들에게 학생회 임원이나 교내 상을 몰아주는 등의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적잖은 고교 재학생들이 증언한다.

경북의 한 여고 재학생 A양은 지난 6월 교내에서 열린 ‘학습플래너 우수사례 표창’에 꼼꼼하게 준비해왔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갈 생각이어서다. 실제 평가에서도 우수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심사 발표 직전 선생님은 A양에게 “지난번 다른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니, 이번 상은 꼭 필요한 친구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사실상 수상 포기를 강요했다.

자기주도적 학습 자세를 증명할 자료가 필요했던 A양은 크게 실망했지만 선생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A양은 “선생님이 ‘나중에 상을 챙겨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 말이 맞다면 수상 조작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 내 대회의 성적 조작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학생들의 제보에 따르면 교내 소논문 대회에서 접수 마감을 지키지 못한 성적 우수 학생에게 상을 주거나(충남 A여고), 독후감 대회 상을 내신 성적에 따라 주기도(서울 B고) 한다. 서울 C고에서는 대입 경쟁에 유리한 이과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는 것이 학생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심지어 교칙을 잘 지켜 상점이 많은 학생에게 주는 상 역시, 상점이 많은 학생 대신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준 뒤 학생들이 항의하자 윽박질렀다는 증언(강원도 D여고)도 나왔다. 한 광역도시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특별반’을 나누고 그 학생들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대회 참가 신청이 되게 해 상을 받게 해줬다는 증언도 있었다.

중앙일보 TONG청소년기자단을 통해 전국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5명 중 33%가 학생부에 기재되는 대회나 평가가 조작되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관련 증언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일선 교사들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직접 개입하거나 목격한 적은 없다”면서도 “대회 심사를 한 명이 하는 것은 아니기에 감시가 되긴 하지만 그런 조작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기쓰기·인사상·감사상…객관적인 평가 가능할까

사립일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대입 실적을 높이고자 많은 대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권의 한 사립학교 교사는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대회 성적 조작이) 가능하다”면서 “워낙 대회가 많아 기준을 투명하게 세우기조차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는 교내 대회가 연간 100개에 이른다.

교내 대회가 많아지다 보니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들이 나타났다. 학습플래너상 또는 학습계획수행상 등은 상당수 학교들에 있고, 인사상·인성우수상·일기쓰기상·감사편지상 등도 대회가 열린다. 서울 E여고에 다니는 학생은 “‘인사상’처럼 선생님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상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회장·부회장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기권 사립학교 교사는 "전에도 교내 평가는 기준이 모호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늘어나면서 그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라면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은 상위 20%만 챙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라고 입시 실적에 매달리고 있는 학교 현실을 설명했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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